서울백병원 83년 만에 폐원 위기…"법인·병원장 잘못" 교수들 울분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06.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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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장여구 인제의대 교수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하연관에서 열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주최 이사회의 폐원 결정 철회 요구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1941년 서울백병원이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지 83년 만이다. 2023.6.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장여구 인제의대 교수노조 서울백병원 지부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하연관에서 열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주최 이사회의 폐원 결정 철회 요구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1941년 서울백병원이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지 83년 만이다. 2023.6.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년 현재 병원장이 부임한 후 임상시험을 당하는 기분이다. '이렇게까지 여건을 어렵게 만드는데도 서울 중심에서 대학병원을 유지할 수 있겠냐'고 묻는 듯합니다."

폐원 갈림길에 선 서울백병원에서 17년째 몸담은 조영규 교수협의회장은 12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았던 울분을 쏟아내듯 법인(학교법인 인재학원) 이사회와 구호석 병원장을 '작심 비판'했다. A4용지 7쪽에 달하는 발표문에서 그는 서울백병원이 폐원 결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낱낱이 '고발'하며 "교직원은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먼저 조 교수는 현재 서울백병원의 경영난은 전적으로 법인의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 강조했다. 누적 1745억원에 달하는 '적자 행진'의 근본적인 이유는 이전에 얻은 의료 수익과 자산을 서울백병원에 재투자하지 않고 부산 등 '형제 병원'의 건립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나마 2년 전에서야 리모델링 작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공사가 끝나자마자 폐원을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은 교직원을 우롱한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서울백병원 폐원 시 교직원을 '형제 병원'으로 고용 승계하겠다는 결정에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조 교수는 "지난 4월 의료이익을 보면 서울백병원(10억원)만큼 상계(17억원)·일산(10억원)의 적자도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여유가 있는 부산 지역 병원은 생활권이 다른 만큼 이곳에 교직원을 전환 배치하려는 시도는 교직원 탄압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12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본관에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의 이사회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1941년 서울백병원이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지 83년 만이다. 2023.6.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12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본관에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의 이사회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1941년 서울백병원이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지 83년 만이다. 2023.6.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 교수를 비롯한 교수회는 현 병원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전 병원장들도 법인으로부터 레지던트 수련병원 포기를 요구받았지만 수용하지 않았는데, 현 병원장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뼈아픈' 구조조정을 감내한 교직원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교수회에 따르면 경영정상화 TFT(테스크포스팀)의 지난달 31일, 병원 폐원안을 이사회에서 상정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구 병원장은 '병원 유지 결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일만 교직원에게 보냈을 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 교수는 "폐업 철회를 위해 병원장이 무슨 노력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 교수는 "서울백병원은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레지던트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돌보고 생활치료센터, 재택 치료를 감당하는 등 지역민의 건강 파수꾼 역할을 담당했다"며 "경제적 논리만으로 폐원을 결정한다면 서울 도심의 심각한 의료공백이 초래될 것"이라며 폐원 결정 폐지와 법인 이사회와의 대화를 요구했다.

한편, 서울백병원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을 시초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립 공익법인으로 설립됐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액 1745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83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4차례나 외부 컨설팅을 받았지만 모두 의료 관련 사업은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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