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옛말…연봉 줄이고 인력 감원 '숨죽인 여의도'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6.19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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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플레이션의 역습-(6)]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여의도 증권사들의 임직원들도 인(人)플레이션의 역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임직원 평균 1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으로 유명했으나 2~3년만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회사들이 숱하다. 성과급을 줄여도 기본 임금이 워낙 오른 탓에 상시 인력감축 제도를 도입한 곳이 대부분이다.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직군변동이 크게 진행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證 정규직·계약직 모두 줄었다…'연봉 인플레+PF·CFD 사태' 여파 지속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증권사 60곳의 정규직원은 2만6549명, 계약직은 1만11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말(정규직 2만6718명, 계약직 1만1424명)보다 각각 169명, 296명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정규직 2만6694명, 계약직 1만1054명) 대비로 정규직은 145명 감소했고, 계약직은 74명 늘었다.



지난해 증시 불황 속 몇몇 중소형 증권사들은 각종 구조조정, 사업 축소설(說)에 시달렸고 그중 일부는 현실화됐다. 당시 케이프증권은 법인본부와 리서치본부 30여명을 대상으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냈고,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증권사가 비용을 줄일 때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는 리서치센터가 특히 난항을 겪는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 이후 증권업계의 비용 절감이 인력감축의 트리거가 됐다. 여기에 CFD 사태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회사 전체 인력을 줄이거나 지출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다보니 결국 연봉삭감과 인원감축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도 자체 리서치센터인 '빗썸경제연구소'를 출범 1년 만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 A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니어 연구원을 중심으로 인건비 인플레이션이 체감됐고 인력 쇼티지(부족 현상)까지 있었다"면서도 "PF 사태 등으로 여의도 분위기가 확 나빠지며 이들의 인건비가 증권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코스피가 2620선까지 오르며 증시가 예상 밖 선전을 이어가며 불황을 벗어났다. 그러나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발 하한가 사태로 인한 금융당국의 CFD 규제 강화로 관련 부서의 수익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 안팎의 불안감은 지속되는 중이다. 실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연봉 동결, 채용 축소 등을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의도 다른 증권사에서 일하는 B씨는 "리테일이나 트레이딩 매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증시가 많이 올라서 상황이 좋아졌다"면서도 "PF사태로 이후 단기자금시장 회복은 쉽게 나타나지 않아 부동산 혹은 IB 비중이 큰 회사를 중심으로 채용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A씨도 "지난해 하반기 때와 같은 구조조정 이야기는 잘 들려오지 않아 인력 감축 분위기는 꽤 진정된 듯하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회사 사정이 여전히 어렵다 보니 몸값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이직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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