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저출산 해결"…국회서 나온 '룬샷'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3.06.1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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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⑤

편집자주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가정을 꾸린 뒤에도 애를 낳지 않는다. 이미 한국은 '1등 저출산 국가'란 벼랑끝에 섰다. '인구감소'는 '절벽'과 '재앙'을 건너 '국가소멸'이란 불안한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란 체념보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으로 판을 바꿀 '룬샷(Loonshot)'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과 '아이(童)를 낳고 기르기 위한 특단의 발상(Think)'을 찾아보고, '아이(童)를 우선으로 생각(Think)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띵동(Think童)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제 모두 함께 출산이 축복이 되는 희망의 알람, '띵동'을 울릴 시간이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현안대토론회 '저출산 대응정책,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현안대토론회 '저출산 대응정책,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등 저출산 국가' 충격이 경제·교육·문화 등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사회에선 '표로 먹고사는' 정치인도 설 자리를 잃는 게 수순이란 점에서 정치권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가팔라지는 인구절벽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 키워드는 '파격'이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론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모시기, 비혼 출산 지원 등 이른바 '룬샷(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성공하면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 법안'들이 눈에 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발의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저출산기본법)은 총 29건이다. 국회 임기가 10개월 가량 남았는데도 19대(11건), 20대(25건) 국회보다 더 많은 법안이 나왔다. 한 여당 초선의원은 "아무래도 저출산, 인구소멸 위기가 손에 잡히는 문제가 됐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며 "지역에 가면 유권자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게 체감되는 만큼 입법과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 면에서도 보다 과감해졌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저출산기본법은 신혼부부에게 주택구입·임차비용을 빌려주고, 10년 내 아이를 낳으면 대출이자를 면제하고 2명 이상을 낳을 경우 대출금 일부 또는 전액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출산대출' 모델을 도입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출산 수당·지원금 등을 주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던 과거 저출산기본법 개정안들보다 훨씬 파격적인 셈이다.



저출산기본법 틀을 벗어난 출산 장려 법안들도 보인다. 저출산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경제적 부담 완화 △원활한 육아환경 조성 △가족범위 확장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겼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치권에서 논란을 낳은 대표적인 저출산 룬샷 법안이다. 이 법안은 내국인과 중국동포 중심인 가사근로자 시장을 외국인 근로자로 넓히는 게 골자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않는 가사사용인으로 간주해 월 100만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인 입주도우미를 고용, 맞벌이 가구 최대고민인 돌봄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사회초년생이 많은 신혼부부가 출산을 꺼리는 이유를 가계부담과 경력단절 등 먹고 사는 문제로 진단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저출산 해결"…국회서 나온 '룬샷'은
이를 두고 정의당 등 일각에서 "인종차별 합법화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공동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이 빠지면서 법안 발의 조건인 '의원 10명 이상 동의'를 충족하지 못해 철회되기도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합류해 재발의 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이르면 오는 하반기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실시키로 하는 등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해당 제도를 두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저출산 대책 효과 입증, 임금문제 해결, 외국인 장기체류 문제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한 국회 관계자는 "맞벌이 청년 부부의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신선하고 저출산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했단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법안 통과 측면에선 아무래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비혼 출산을 장려하자는 입법논의도 시작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30 여성을 중심으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라는 사회인식이 확산하는 시점에서 비혼출산의 법적보호 근거를 마련하고, 난임 부부로 한정된 보조생식술 지원 범위를 임신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각종 사회적·경제적 부담으로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결혼을 해야만 자녀를 낳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자는 것이다. 한국의 비혼출산율이 2%대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40%)보다 극히 저조한 만큼, 비혼출산을 활성화하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됐다.

현재 국회에선 공공시설 등에서 어린이를 동반하면 긴 줄을 서지 않고 별도의 입구로 입장토록 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출산후 육아휴직 의무화(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가 '배우자 출산휴가 의무사용제'를 도입키로 하고, 시립체육시설 이용시 어린이 동반 일행을 우선 입장토록 조치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추진을 예고하면서 관련 법제화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여당인 국민의힘이나 제1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보다 과감한 저출산 법안을 선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여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획기적인 법안이라는 게 다시 말하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저출산 해결을 위해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조심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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