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충남대 교수](https://thumb.mt.co.kr/06/2023/06/2023061113013914208_1.jpg/dims/optimize/)
위스키의 소비성향도 다양해졌다. 편의점이나 할인점의 수만 원대 저가 위스키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위스키까지 상품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물론이고 소량의 위스키를 얼음과 탄산수 등에 타서 마시는 하이볼을 만들어 가볍게 즐기는 소비층도 늘고 있다. 특히 고깃집이나 일식집 등에서는 아예 하이볼을 주류메뉴의 하나로 소주와 맥주 등과 함께 판매하는데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가 높다.
다른 식품도 그렇지만 술은 소비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상품이다. 특히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때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소 과한 소비도 마다하지 않는 요즘 젊은 소비자들에게 술은 취하도록 마시는 '알코올'이기에 앞서 자신이 소장하고 남에게 자랑하고픈 '먹는 액세서리'로 소비된다. 대기업은 이러한 술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이용하거나 주도하는데 알코올에 물을 희석한 소주에 과일향이나 탄산을 첨가하고 깨끗하게 걸러내거나 산소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상품성을 부여해왔다. 나아가 희석식 소주의 도수를 1924년 35도에서 1965년 30도로 낮춘 이후 1970년대부터 한동안 25도를 유지하다 최근에는 15도 미만 소주를 출시하고 급기야 5도의 탄산소주까지 시장에 내놓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우리 술의 시장 잠재력은 작지 않다. 대기업의 희석식 소주나 맥주는 말할 것도 없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와인이나 위스키에 못지않은 역사와 스토리, 맛을 지녔다. 그럼에도 매장이나 식당 진열대에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 위스키의 소비폭발을 마냥 부러운 눈으로만 보고 있기에는 우리 술의 사정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