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시작" 확인한 젤렌스키, 우크라 앞에 '핵무기' 놓는 푸틴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3.06.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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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반격' 개시 첫 인정, 성패 여부 주목…
러시아, 조만간 벨라루스에 핵무기 본격 배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AFPBBNews=뉴스1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수개월 간 공언해온 대반격 개시 사실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핵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혈맹'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안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군 지휘관들 낙관적…푸틴에게 전해라"
10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 작전을 개시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서 반격 및 방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어 우크라이나군 최고 수뇌부 5명의 이름을 언급한 뒤 "매일 군 지휘관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낙관적이다. 푸틴에게 그렇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시작됐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면서 "전투가 최근 닷새간 계속됐지만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어떤 전투 지역에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반격 개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는 수개월 전부터 대반격을 예고해왔다. 주요 외신들이 루한스크주 및 바흐무트의 동부, 도네츠크주 남부, 자포리자주 남부 등 세 곳을 축으로 대반격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신호가 잡혔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료들은 이를 부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서방의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한 전쟁의 중요 국면을 연 것"이라고 평했다.



우·러 양측이 엇갈린 평가를 내는 와중에 영국 군 정보기관에선 우크라이나군이 작전 초기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국방정보국(DI)은 이날 "최근 48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남부 및 여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중요한 작전이 진행됐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상당한 진전을 이뤄 러시아군 제1 방어선을 뚫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군의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남부 자포리자에서 9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면서, 러시아가 지뢰를 대거 매설한 이곳 오리히우 지역에서 격렬한 전투가 진행됐다고 양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대반격 시작과 맞물려 우크라이나 댐 폭파 사건이 발생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안드리우스 투르사 중·동유럽 고문은 메모를 통해 "댐 파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공격 계획이 변경될 수는 있지만 기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카호우카 댐은 지난 6일 새벽 원인불명의 폭발로 파괴됐는데, 우크라이나는 자국군의 대반격 작전을 늦추기 위해 러시아가 저지른 '테러'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 공격으로 댐을 파괴했다고 주장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푸틴 "7월 7~8일 벨라루스 전술핵 배치 작업 시작"
우크라이나가 대공세를 펼치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사이, 러시아는 전술 핵무기 해외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다음 달 7~8일까지 벨라루스에 관련 시설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전술 핵무기 배치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벨라루스 정부도 러시아의 전술핵 무기를 자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서방의 압력에 대응하고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영토 밖에 배치되는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혈맹'으로 통한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이 자국 영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진입하는 것을 용인해 사실상 침공의 길을 열어준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서방은 벨라루스를 러시아와 함께 제재 목록에 올렸다.

벨라루스의 핵 보유는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바로 앞까지 접근했음을 의미한다. 벨라루스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의 전술핵 배치 결정에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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