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베테랑 재일교포 회계사 'K-스타트업 전도사'로 나선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3.06.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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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일본에서는 MZ세대가 이끄는 '4차 한류' 열풍이 한창이다. 길거리 모퉁이에 있는 한국식 포장마차에는 젊은 일본인들로 북적거린다. 한글로 된 간판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K-드라마, K-팝에 한정됐던 한류가 K-푸드, K-의류 등 문화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류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던 K-스타트업은 일본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e커머스 점유율 1위 쿠팡과 1등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일본 시장에서 쓴맛만 보고 철수했다. 두 회사 모두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일본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일본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서로 다른 비즈니스 문화와 시장 구조 탓에 현지화가 쉽지 않다. 현지화를 이끌어줄 현지 파트너가 필요하다. 지난 20년 동안 한일 가교 역할을 해온 황태성 스타시아 대표가 K-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쳤다.

월드컵 열기 한창이던 2002년…한국과 인연
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재일교포인 황 대표는 대학 입학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줄곧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친구들도 일본인 뿐이었다. 그랬던 황 대표가 한국과 연을 맺게 된 건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이다.



황 대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좋아지고 관심도 커졌다"며 "당시 몸 담고 있던 일본 KPMG에서도 한국 주재원을 필요로 했었고, 대학 시절 한국 어학당에서 한글을 배운 경험이 있는 재일교포인 제가 발탁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일본 KPMG의 한국 파트너사인 삼정KPMG 일본 사업부에서 한일 비즈니스를 담당했다. 주로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회계감사 업무를 담당했다. 황 대표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에 자리잡은 일본 회사들이 꽤 됐다"며 "삼성전자 (80,900원 ▲1,200 +1.51%), LG전자 (96,100원 ▲2,800 +3.00%) 등 한국 고객사들의 요청으로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한국에 공장을 많이 설립하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4년 간의 주재원 근무를 마친 황 대표는 창업을 결심했다. 황 대표는 "한일 양국 교류는 활발하지만 이를 연결하는 전문가는 부족했다"며 "당시 한일 비즈니스를 하는 전문가를 저를 포함해 손가락에 꼽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2007년 한국과 일본에 회계법인 스타시아를 설립했다.


K-스타트업 전도사 자처…벤처스튜디오 설립
스타시아에서 운영 중인 K-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코릿(KORIT)' /사진=코릿 홈페이지스타시아에서 운영 중인 K-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코릿(KORIT)' /사진=코릿 홈페이지
스타시아를 처음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주요 고객사는 한국 진출을 원하는 일본 중견·중소기업이었다. 한국에서 법인 설립과 세무처리, 회계감사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황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다. 황 대표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교류가 단절되면서 고객사인 기업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스타트업이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의 풍부한 지원을 바탕으로 굉장히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일본 인터넷을 뒤졌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벤처캐피탈(VC)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황 대표는 지난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코릿(KORIT)'를 설립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일본어로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한국 스타트업 대표들을 직접 인터뷰한 기사부터 스타트업과 관련된 정책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올해 2월 액셀러레이터(AC) 스타시아 벤처스튜디오도 설립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 진출할 때 필요한 법인 설립과 세무처리, 일본 VC와의 네트워킹 등 다양한 업무를 지원한다.

펀드 결성 계획…"글로벌 스케일업 지원사격"
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황태성 스타시아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스타시아가 지원한 한국 스타트업 중 성공적으로 일본에 자리잡은 사례도 있다. 한국어 회화연습앱을 운영하는 트이다가 대표적이다. 트이다는 한류 열풍이 거센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앱도 출시했다. 그러나 현지 마케팅 창구의 부재로 예상보다 반응이 크지 않았다.

트이다가 일본 사업 철수를 고민하고 있을 당시 황 대표가 나섰다. 그는 학생 수 1만명 이상인 대형 한국어 학원 A사를 현지 파트너로 연결했다. A사 역시 전통적인 오프라인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사업 확장을 고민하고 있었던 차였다. 트이다가 일본 현지화 앱을 개발하고, A사가 개발 자금 지원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 7월 론칭 예정이다.

황 대표는 "무인 렌터카 시스템 스타트업 등 여러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단순한 서류 작업 외 현지 마케팅과 협업 파트너 발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보수적인 나라로 디지털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디지털화가 잘 돼 있는 환경에서 성장한 한국 스타트업에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성공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규모가 충분히 뒷받침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스타시아는 펀드도 결성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직접 투자도 하고, 일본 진출까지 도와 글로벌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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