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 당국은 해당 연구원이 국내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년간 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 출신의 A씨는 중국에서 의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2005년 한국에 입국했다. 2015년부터는 박사후연구원 자격으로 종합병원 산하의 의료 로봇 개발 업체인 ㄱ기업에 취직했다.
A씨는 전자회로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로 해당 혈관중재시술로봇 개발 과제에 참여했지만 로봇의 설계 등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개발팀에 소속돼 초기 단계 로봇의 설계 도면 등에 접근권을 가지고 있었다.
2016년 ㄱ기업을 떠난 A씨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의료로봇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한동안 ㄱ기업 측에 연락이 없던 A씨는 2019년초에 '일손이 부족하다면 아르바이트생으로라도 돕고 싶다'며 다시 연락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약 1년간 ㄱ기업의 AI(인공지능) 개발 업무 등에 참여했다. 이후 코로나19(COVID-19)가 발발하면서 중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인계획은 2008년부터 중국 정부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학자 1000명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진행한 프로젝트다. '해외 고등인재 초청 정책'이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설명과 달리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해당 프로젝트를 첨단 기술을 유출하기 위한 산업 스파이행위로 보고 있다.
정보당국은 산업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협력해 A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정보당국과 경찰은 피해 기업과 관련 분야 전문가 등과 유출된 기술의 시장성을 평가하는 한편 추가 유출을 막고자 A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지난 3월 한국에 입국한 A씨를 상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휴대폰과 USB 등을 압수했다. 피해 기업에서 A씨가 사용한 컴퓨터 등을 포렌식해 유출 자료 등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빼돌린 자료는 약 1만여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자료 중에는 ㄱ기업이 2015년쯤 설계한 초기 혈관중재시술로봇 모델 설계도면도 포함됐다. 해당 로봇은 기능 향상과 보완을 거듭해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승인을 받았다. 2015년 초기 모델의 설계도면엔 최신 버전의 핵심 기술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근까지도 또 다른 국내 로봇업체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기업 관계자는 "1만여건 중에는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파일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라며 " 혈관중재시술로봇의 2015년 초기 모델은 상용화해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업계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혈관중재 등 의료로봇 기술에서 크게 앞선 상황에서 관련 기술 유출이 중국의 기술 발전에 유의미한 진전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A씨 사건은 국내에서 천인계획과 관련해 기술유출 사건으로 적발된 두 번째 사례다. 카이스트(KAIST) B교수가 자율주행차량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