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 대표팀 당시 이의리.](https://thumb.mt.co.kr/06/2023/06/2023060912505710257_1.jpg/dims/optimize/)
2년 전 KIA 타이거즈에 36년 만에 신인왕 타이틀을 안겨준 국가대표 좌완 이의리(21)에게 2023년 4월은 유난히도 힘들었다.
등판일마다 몸컨디션은 괜찮았지만, 마음이 문제였다. 제구가 잘 안 풀린다 싶은 날이면 그날은 5이닝을 소화하기도 버거웠다. 그때마다 들은 말이 "네 공은 제구만 되면 못 친다"는 응원이었다. KIA 형들뿐 아니라 타 팀의 친한 형들까지 수도 없이 의기소침한 이의리에게 응원 차 말을 건넸다. 그 말에 잠시 힘도 냈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니 차츰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을 잃어갔다.
부진이 길어지자 당연해 보였던 이의리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에 대해서도 차츰 회의적인 여론이 생겨났다. 제구 안 되는 155㎞의 공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이유에서다. 그러한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답답한 마음에 이의리는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홈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나와 뛰고 또 뛰었다. 쉴 때는 그라운드에 누워 하늘을 봤다. 마음이 차분해지면 마운드에 홀로 올라가 섀도 피칭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이의리.](https://thumb.mt.co.kr/06/2023/06/2023060912505710257_2.jpg/dims/optimize/)
복잡한 마음에도 이의리는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졌다. 던지다 보니 좋은 기억도 차츰 늘어갔다. 5월 19일 광주 키움전에서는 사사구를 3개밖에 내주지 않으면서 7이닝 1실점 9탈삼진 올해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했고, 5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올해 들어 최소 볼넷(1개) 경기를 했다. 5월 30일 광주 KT전에서는 우타 거포 앤서니 알포드를 상대로 몸쪽 과감하게 시속 150㎞ 속구를 꽂아 넣는 크로스파이어 투구를 보여주는 등 4회까지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스탯티즈 기준으로 이의리의 직구 피안타율은 0.176. 조금씩 해답을 찾아나가는 좌완 파이어볼러를 류중일(60) 대표팀 감독은 지난 9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에 전격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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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번째 태극마크를 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신과 싸움을 이겨낸 끝에 얻어낸 결과였고 그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욕심을 현실로 만들어 낸 KIA의 젊은 에이스는 3번째 태극마에서 투혼을 약속했다. 이의리는 "가서 팔 빠지도록 던져야 한다. 나를 포함해 모든 대표팀 선수가 해야될 일은 그거 하나밖에 없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KIA 이의리(오른쪽)와 최지민./사진=김동윤 기자](https://thumb.mt.co.kr/06/2023/06/2023060912505710257_3.jpg/dims/optim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