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벽'을 무너뜨린 이로움과 '천의 얼굴' 천우희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6.0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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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사진=tvN


제4의 벽. 본디 연극 용어로 극 밖의 현실과 무대 위의 극 중 세계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의미한다. 제4의 벽을 허무는 등장인물은 작품의 인물임에도 작품 밖 세계에 대해 명확히 인식한다.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제4의 벽은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끊임없이 관객에게 농담을 던지는 영화 '데드풀'이 제4의 벽을 허문 대표적인 연출이다.

tvN 월화 드라마 '이로운 사기'(극본 한우주, 연출 이수현)의 이로움(천우희) 역시 끊임없이 제4의 벽을 허무는 캐릭터다. 이로움이 제4의 벽을 허무는 순간은 자신의 사기 행각에 대해 설명할 때다.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통해 거금을 벌거나, 보험 사기로 고액의 보험금을 얻은 부부에게 다시 사기를 치고, 보이스피싱범에게 역으로 보이스피싱을 거는 등 지금껏 나온 이로움이 보여준 사기에는 그 과정을 설명하는 이로움의 설명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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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답게 매 순간 변화무쌍한 연기로 이로움의 사기를 완성하고 있다. 저명한 아동 심리 상담 전문가, 검사 등 다양한 인물로 분한 천우희는 때로는 친근한 웃음으로, 때로는 냉철한 분석으로 이로움을 구현했다. 제4의 벽을 허문 이로움의 '친절한' 설명과 이를 뒷받침하는 천우희 연기는 매회 펼쳐지는 이로움의 통쾌한 사기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한다.



4회까지 방송된 '이로운 사기'에는 매회마다 제4의 벽을 허무는 이로움의 모습이 그려졌다. 제4의 벽을 허무는 것은 시청자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다. 다만, 너무 남발한다면 반대로 극의 흐름을 끊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천우희는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극 중 사기 대상뿐만 아니라 화면을 보는 시청자들까지 능청스럽게 상대하는 천우희의 연기가 있기 때문에 '이로운 사기'도 과감하게 이러한 연출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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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천우희의 연기가 이로움의 사기극에서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제4의 벽을 허무는 이로움이 앞으로 전개될 사기극을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다면, 제4의 벽을 허물지 않는 이로움은 진지한 분위기로 자신의 복수를 설계한다. 사기를 펼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로움이지만 복수를 앞두고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차갑다. 자신과 대척점에서 자신과 대립하는 변호사 천무영(김동욱), 어딘지 모르게 위축된 정다정(이연), 자신을 짝사랑하는 링고(홍승범) 모두 이로움에겐 동료가 아닌 도구일 뿐이다.


이로움은 본디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타인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 역시 제한적으로 드러난다. 이로움이 보여주는 풍부한 표정은 필요에 의한 연기다. 천우희는 감정이 전혀 없는 이로움부터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사기를 펼치는 이로움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구현하며 진정한 '천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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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뒤 다양한 사건을 겪는 피해자의 불안함과 두려움, 나아가 이를 해결하는 모습까지 구현했던 천우희는 '이로운 사기'에서 또 다른 캐릭터로 돌아왔다. 천우희는 늘 그랬다. '써니'·'곡성'·'멜로가 체질' 등 강렬한 임팩트를 남김 캐릭터가 잊혀질 때쯤이면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리고 천우희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천우희의 이로움에 더욱 기대를 거는 이유는 앞으로 변화할 이로움의 모습 때문이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 진행된 제작 발표회에서 "이로움이 치유와 공감의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없이 차갑던 이로움이 한무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어떻게 변화할지, 또 천우희는 그런 이로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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