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몬테네그로 정치판 뒤흔들어…야당대표 후원 고백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6.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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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권 씨는 몬테네그로 법원에 각각 40만유로를 내는 조건으로 보석을 청구했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보석 요구에 반대했으며 보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AFPBBNews=뉴스1A'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권 씨는 몬테네그로 법원에 각각 40만유로를 내는 조건으로 보석을 청구했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보석 요구에 반대했으며 보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AFPBBNews=뉴스1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유력 정치인에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지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발칸인사이트와 디크립트 등 외신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몬테네그로 총리는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권 씨로부터 현지 정당인 '지금 유럽(Europe Now)'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에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총리에 전달된 편지는 권 씨의 자필 편지였으며, 권 씨가 2018년부터 스파이치 대표와 인연을 맺었고 앞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씨와 스파이치 대표와의 유착 관계를 특별검사를 통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은 외국인의 정치 자금 지원을 금지한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권 씨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 씨와 접촉했다면 몬테네그로에 좋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정당들도 특검 조사를 촉구했다. 친세르비아 정당인 '몬테네그로 미래를 위한 정치 연합'을 이끄는 밀란 크네제비치 대표는 권 씨가 지난해 지방선거와 대선 캠페인에 자금을 후원한 사실이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유럽'은 과거 재무장관을 지낸 스파이치 대표가 이끄는 신생 정당이다. 지난해 6월 출범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 올해 4월 대선에서도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오는 11월 총선을 앞둔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 1위다. 지금 유럽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스파이치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될 공산이 크다.

스파이치 대표는 2018년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권 씨와의 개인적 연관성은 부인했다. 그는 "권 씨는 수백만 명을 속인 사기꾼"이라며 "피해자엔 2018년 이 프로젝트에 투자했을 때 함께 일한 동료와 회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스파이치 대표는 권 씨가 몬테네그로에 도착한 뒤 즉각 내무부에 신고했다고 주장했지만, 내무부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스파이치 대표는 재무장관 당시 몬테네그로의 블록체인 발전을 적극 지원했다. 지난해 4월에는 암호화폐 기업 이더리움의 공동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에게 몬테네그로 시민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권 씨가 보낸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권 씨가 현지 도피 과정에서 스파이치 대표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검찰 일각에선 권 씨의 보석 결정에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권 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권 씨의 보석을 허가받았지만 검찰 항고로 취소됐다. 이달 2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이 권 씨의 보석 신청을 다시 허용했지만 검찰은 재항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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