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9회였다. 모두가 두산의 승리를 예감하던 그때 클로저 홍건희가 흔들렸고 박치국이 팀을 구해냈다.
2-0 리드 상황. 두산의 선택은 홍건희였다. 셋업맨 정철원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황에서 지난 2경기 모두 9회 마운드에 올라 긴박한 상황에서 세이브를 챙기며 피로도가 컸지만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물론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홍건희는 대타 김태연에 이어 문현빈, 정은원에게까지 안타를 맞았다. 모두 단타에 그친 게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험수에 가까웠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치국의 시속 123㎞ 슬라이더에 노시환은 정타를 맞히지 못했고 타구는 유격수에게 향했다. 2루를 거친 공은 1루에도 타자주자보다 먼저 도달했다. 아웃카운트 2개와 1점을 맞바꾼 병살플레이. 두산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2사 3루. 타석엔 한화의 강타자 채은성이 나섰다. 그 또한 올 시즌 박치국에게 2타수 1안타로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박치국은 담대하게 공을 뿌렸다. 볼카운트 1-1에서 시속 144㎞ 몸쪽 속구에 채은성의 배트가 돌았고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박치국의 시즌 2번째 세이브(2승 6홀드).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완벽하게 팀을 구해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에이스 알칸타라의 완벽한 투구가 승리로 이어졌다"며 "9회 무사만루 위기를 1실점으로 막은 박치국의 배짱도 눈부셨다"고 칭찬했다.
더불어 "3일 연속 묵묵히 9회 마운드에 오른 홍건희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틀 연속 투구수가 많았음에도 투수조장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줘 고맙다"고 전했다. 그만큼 홍건희 아닌 다른 카드를 고민하기 힘들었던 상황이었기에 기대이상의 활약으로 팀을 구해낸 박치국이 대견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이승엽 감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