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타자 윤동희를 상대로 2볼로 시작한 박영현은 패스트볼로만 과감히 승부를 펼치며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인 대타 잭 렉스에게 왼쪽 큼지막한 타구를 맞은 그는 다행히 외야 뜬공을 유도했다. 박영현은 박승욱마저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세 타자를 깔끔히 처리했다.
박영현은 경기 종료 후 "정신 없이 마운드에 올라 데뷔 첫 세이브를 챙길 겨를도 없었다. 경기 직후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니 기분이 좋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난 3일과 4일 수원 두산전에서도 연투를 감행했던 박영현은 기록상 5경기 연속으로 마운드에 오르게 된 셈이었다. 투구 수나 이닝도 적지 않았다. 두산전에서 1⅔이닝 13구, 2이닝 28구를 차례로 던진 그는 하루 휴식 후 롯데와 3연전에서 1이닝 16구-1이닝 22구-1이닝 13구를 투구했다. 6일 동안 6⅔이닝 92구를 던지며 선발투수급 투구를 보여줬다. 그야말로 국가대항전급 역투를 펼친 것이다.
당초 박영현은 8일 경기에서 등판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6명의 불펜투수를 쏟아낸 끝에 팀이 12회 초 리드를 잡자 이강철(57) KT 감독이 "한 번 승부를 걸어보자"며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박영현은 "몸 풀 때는 컨디셔닝에 집중하고 마운드에서는 팀 승리에만 신경을 썼다"면서 "급하게 올라갔지만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2위(3.61)였던 KT는 올 시즌 8위(4.56)로 떨어졌다. 지난해 구원진의 핵심이었던 김민수(31)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주권(28) 역시 5월 중순에야 1군에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 2년 차 박영현은 올해 27경기에서 1승 2패 1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5의 성적을 거두며 마무리 김재윤(8세이브, 평균자책점 1.48)과 함께 뒷문을 잠그고 있다. 1군 투수조 막내인 박영현은 형들의 짐까지 함께 떠맡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기간 "박영현이란 선수를 재발견했다"며 극찬했던 이 감독은 여전히 박영현을 애지중지 아끼고 있다. 이날 경기 전에도 "지금 볼로도 충분히 통한다. 야구 오래 하려면 시속 145km 정도만 던져주면 된다"며 애정 어린 충고를 전했다. 박영현 역시 "체력 안배를 위해 감독님께서 휴식일을 부여해주시는 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