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 심장 '보스턴 클러스터' 가보니…"K바이오 물들어왔다"

머니투데이 보스턴(미국)=박미주 기자 2023.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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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보건산업진흥원, 보스턴 클러스터 내 CIC에 한국 기업 입주 지원… 네트워킹 강화로 해외 진출 도와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 대표 지역인 켄달스퀘어 내 조형물. 뒤편에 구글 본사와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가 보인다./사진= 박미주 기자미국 보스턴 클러스터 대표 지역인 켄달스퀘어 내 조형물. 뒤편에 구글 본사와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가 보인다./사진= 박미주 기자


"글로벌 톱 20개 제약사 중 19개가 보스턴에 회사를 만들었고 1000개 넘는 바이오텍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습니다. 걸어서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를 지날 수 있고 과학자, 의사, CRO(임상시험수탁기관), 투자자 등 파트너와 만나기도 쉽습니다. 해외 진출과 성장 등을 위한 네트워킹이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집적산업단지)'의 강점입니다. 우리가 보스턴에 미국지사를 만들고 한국 바이오 기업을 입주시킨 이유입니다."(박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장)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평방 마일'(MOST INNOVATIVE SQUARE MILE ON THE PLANET). 지난 6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보스턴 '켄달스퀘어' 지역 내에 동그랗게 생긴 조형물에 새겨진 문구다.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인근 켄달스퀘어는 신생 바이어 벤처들이 밀집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대표 지역이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둥지를 튼 곳이다. 가장 혁신적인 지역이란 조형물 문구가 틀리지 않은 셈이다.
MIT가 소유한 건물에 입주한 공유오피스 CIC 모습. CIC에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20곳이 입주해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MIT가 소유한 건물에 입주한 공유오피스 CIC 모습. CIC에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20곳이 입주해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길 건너편엔 일종의 공유오피스인 'CIC(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가 입주한 MIT 소유의 건물이 위치해 있다. 안드로이드가 탄생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크기의 공유 사무실이 있었다. 여러 개의 간판들은 이곳이 각기 다른 회사의 사무소들이 모인 곳임을 상기시켰다. 다수 설치된 1인용 전화부스에서 영상회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카페와 공유주방엔 먹거리가 채워져 근무하기 좋아 보였다. '벤처카페'라는 공용공간엔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이곳 보스턴 CIC에 입주한 기업의 절반가량이 바이오기업이란 설명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보스턴 CIC 내 네트워크 형성 공간인 '벤처카페'에서 개최된 '코리아 바이오 이노베이션 나이트'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지난 6일(현지시간) 보스턴 CIC 내 네트워크 형성 공간인 '벤처카페'에서 개최된 '코리아 바이오 이노베이션 나이트'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그 중엔 20개의 한국 바이오기업도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이 2021년 3월 뉴욕에 있던 지사를 보스턴으로 옮긴 뒤 이곳에 '보스턴 C&D(Connect & Development) 인큐베이션 센터'를 마련, 모집을 통해 기업을 입주시켰기 때문이다. 입주는 지난해부터 이뤄졌으며 △동아에스티 (69,100원 ▲2,300 +3.44%) △JW중외 △유한USA △일동제약 (13,940원 ▲130 +0.94%)휴온스 (32,700원 ▲250 +0.77%)USA △메디사피엔스 △에이비온 (8,460원 ▼160 -1.86%) △인텍메디 △지뉴브 △한올바이오파마 (37,050원 ▲4,000 +12.10%) 등이 사무소를 열었다. 규모가 큰 동아에스티 등은 좀 더 큰 공간의 사무소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은 한 공간에 책상 하나씩을 사무소로 두기도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겸 미국 제약바이오 C&D 센터 겸 미국의료기기 거점지원센터 앞에서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가 설명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겸 미국 제약바이오 C&D 센터 겸 미국의료기기 거점지원센터 앞에서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가 설명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이곳에 입주하려면 책상 하나 당 월 1만달러(약 1300만원) 이상이 들 정도로 비싼 임대료가 필요한데 보건산업진흥원이 임대료를 지원해 무료로 입주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순만 보건산업진흥원 미국지사는 "임대료뿐 아니라 현지 전문가 컨설팅, 전문 교육 세미나, 미국 현지 주요 학회 등 네트워킹 등도 지원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려면 한국 시장만으론 어렵고 미국에서 많이 팔려야 해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보스턴 CIC에 마련된 한국 바이오 기업의 공유사무실. 책상 하나가 각 기업의 사무소다./사진= 박미주 기자보스턴 CIC에 마련된 한국 바이오 기업의 공유사무실. 책상 하나가 각 기업의 사무소다./사진= 박미주 기자
미국 중에서도 보스턴인 이유는 그만큼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고 네트워크를 쌓기가 좋아서다. 박 지사는 "전세계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R&D(연구개발)의 7.2%를 보스턴이 차지하고 있고 바이오기업 벤처캐피탈 돈은 보스턴에 많이 모인다"며 "또 미국에서도 보스턴이 위치한 메사추세츠주가 1인당 R&D펀드 받는 금액이 제일 높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하버드 메디컬스쿨, 롱우드 메디컬센터 등 훌륭한 병원이 있어 과학자도 많다"며 "생태계가 잘 꾸려져 있다"고도 덧붙였다.
보스턴 CIC에 입주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등의 로고/사진= 박미주 기자보스턴 CIC에 입주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등의 로고/사진= 박미주 기자
이에 CIC가 생기기 전에 이미 보스턴에 발을 들인 한국 기업도 있다. 티움바이오의 경우 2020년 보스턴 내 바이오 공유실험실이 있는 'ABI랩'에 신약 개발 자회사 '이니티움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보스턴 CIC 내 사무소에서 류은주 동아에스티 미국지사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보스턴 CIC 내 사무소에서 류은주 동아에스티 미국지사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CIC에 입주한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벌써부터 보스턴 효과를 톡톡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사무소를 연 동아에스티 미국지사의 류은주 대표는 "미국 자회사가 설립돼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됐다"며 "유수대학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기 수월하고 다국적 제약사, 투자자 등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좋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흐름을 보스턴 바이오 허브에서 제일 먼저 알아낼 수 있고 투자 받기도 좋다. 벌써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연락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K바이오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에서 중국을 경계하면서 한국 바이오 기업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좋은 기술을 접했을 때 원천 기술이 한국 스타트업에서 나온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지난 4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이곳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와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바이오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국내 바이오 산업 생산 규모를 2020년 43조원의 2배가 넘는 100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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