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못치른 집주인과 계약한 세입자…대법 "새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의무"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3.06.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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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사진=뉴스1대법원/사진=뉴스1


미등기 주택 매수인과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8일 세입자 A씨가 집주인 B씨 등을 대상으로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A씨가 반환 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공인중개사를 끼고 2017년 10월13일부터 2020년 3월12일까지를 기간으로 C씨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A씨가 계약한 집은 경기 광주시 공동주택 506호(가칭)였으며, 임대차보증금은 8900만원이다. A씨는 이후 주택을 인도받아 점유했고, 2018년 3월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쳤다.

A씨와 C씨가 계약 맺을 당시 공동주택은 완전히 C씨 소유가 아니었다. 앞선 2016년 11월1일 C씨는 공동주택 원 소유자로부터 해당 공동주택을 11억7000만원에 사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C씨는 A씨가 임대차계약을 맺은 시점까지 잔금을 치르지 않아 미등기 주택 매수인 신분이었다.



A씨와 C씨 간 임대차계약에는 '본 건물(공동주택)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대차 내용 중 임대차보증금, 임대차 기간, 임대차보증금의 반환 책임은 최초 계약대로 절대 보장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해당 공동주택은 2019년 4월4일 B씨에게 매매돼 '집주인'이 바뀌게 된다. C씨는 2019년 8월9일 공동주택 매매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최초 분양계약이 해제됐으니 퇴거하라는 내용증명 우편을 받는다.

A씨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뒤인 2020년 5월26일 새 임대인 B씨 등을 대상으로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A씨가 잔금을 치르지 않아 온전한 임대권이 없는 C씨와 계약한 뒤 세 들어 살았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B씨도 A씨가 집을 내놓고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맞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C씨가 매매대금을 일부만 지급한 상태였을 뿐,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공동주택을 인도받은 상태는 아니었다"며 "위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C씨와 계약한 A씨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자와 계약을 맺은 경우와 같이, 임차권을 바탕으로 새 집주인 B씨에 대해 대항할 수 없다"고 했다.

A씨 상고로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매수인은 그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지위에서 타인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다"고 했다. C씨가 잔금을 치르지 않았더라도 타인에게 주택을 임대할 자격을 갖췄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주택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에 관해 적법하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임대차 계약이 맺어진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C씨의 공동주택 매매계약이 해지되기 전 주택을 임차해 주민등록까지 마쳤고, 주택임대자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췄다"며 "아울러 민법 제548조에 따라 계약해제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한다. (C씨가 퇴거됐음에도) A씨는 임차권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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