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탄소포집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갈 길은 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포집 없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IEA는 탄소포집 규모가 2030년 연 12억톤, 2050년 62억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비 28~145배에 달하는 사업 확장이 필요한 셈이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권이균 한국CCUS추진단 단장은 "과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전 세계적인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며 "주관적으로 봤을 때 시장 확장이 5년은 앞당겨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 2030년 정도에는 꽤 큰 글로벌 마켓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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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와 유럽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글로벌 CCS 상업운영의 60%(18개, 연 2400만톤) 수준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르웨이는 1996년 탄소포집 상업운영을 처음 시작한 이래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밖에도 일본, 중국, 중동, 호주 등 거의 모든 지역의 국가들이 탄소포집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각국은 세제혜택 등과 같은 방식으로 민간 사업자들의 탄소포집 사업을 밀어주고 있다.
한국도 뛰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최근 탄소포집 목표치를 기존 1030만톤에서 1120만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2050년까지 탄소포집 기여도를 8~12%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 주요 그룹들 역시 팔을 걷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포집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장소를 국내에 마련할 수 있다면 탄소포집 사업이 보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타 선진국 수준의 세제혜택 및 보조금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CCS 플랜트로 전환될 예정인 동티모르 해상에 위치한 SK E&S 바유운단(Bayu-Undan) 천연가스 생산설비 /사진=SK E&S
바유운단은 SK E&S를 비롯해 5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SK E&S가 추진하는 '탄소포집 밸류체인'의 핵심 역할을 할 장소이기도 하다. SK E&S는 바유운단을 거점으로 2025년부터 탄소포집을 LNG(액화천연가스) 및 수소 사업에 본격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규모 탄소포집으로는 국내 첫 사례가 될 게 유력하다.
우선 SK E&S는 호주 북부 해상의 바로사 가스전에서 탄소포집 과정을 거친 저탄소 LNG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연 20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저장할 계획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연 130만톤 규모의 LNG는 국내로 도입한다. 대부분 블루수소 생산에 쓸 예정이다. 블루수소는 LNG 등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포집한 탄소는 역시 바유운단으로 향한다.
SK E&S 관계자는 탄소포집 기술 활용 계획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함으로써 본격적인 저탄소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SK E&S는 미국 업체들과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 탄소포집 프로젝트(연 1200만톤)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외에 탄소포집 거점을 만들려는 것은 SK E&S 뿐만이 아니다. 석유개발사업을 해온 SK어스온은 해외 탄소포집 저장소 탐색에 나섰다. SK어스온은 2050년까지 1600만톤 이상 저장소를 확보해 국내 1위 민간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말레이시아 해상에 저장하는 사업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후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지난해 호주의 고갈 해상 가스전을 활용한 탄소포집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하고 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기업들이 호주나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저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 마땅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와 해양이 좁고, 주민 수용성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어서 저장소 확보가 쉽지 않다"며 "넓은 바다를 보유한 국가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가 간 이산화탄소 이동이 하나의 사업모델로 자리잡는 추세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세계 최초의 국가 간 이산화탄소 이송·저장 사업인 노던라이트(Northern Light) 프로젝트가 2024년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가 공동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유럽 전역에서 포집한 탄소를 노르웨이의 지하 지층에 주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는 '국내 저장소 확보'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포집한 탄소를 해외로 보내는 것보다 명백히 비용적 및 기술적 측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동해의 가스전 및 서해 군산분지 등에 이산화탄소 저장소가 될만한 장소가 있는지 탐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륙붕 등에 약 7억3000만톤 규모의 저장소 마련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집한 탄소로 메탄올·탄산칼슘, 혹은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현시점에서 탄소포집활용(CCU) 보다는 탄소포집저장(CCS)의 볼륨이 훨씬 크다"며 "국내, 해외 투트랙으로 저장소를 확보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소포집 1톤에 85달러 혜택주는 美…"정부 지원은 필수적"-정부 지원이 필요한 이유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탄소포집을 적용할 경우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은 기존보다 1.7배, 철강은 1.25배, 시멘트는 2.1배 비싸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산화탄소 총 배출의 10%에 대해 탄소포집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글로벌 컨센서스가 되고 있지만, 비용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에너지 업계가 "사업 초기 세제지원 등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실제 선진국들은 탄소포집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탄소포집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강화했다. CCS(탄소포집저장)의 경우 탄소 1톤당 85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대형 프로젝트의 기준점인 연 50만톤 규모로 사업을 진행하는 업자는 4250만 달러(약 560억원)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기술 개발 등에 각종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CCS 투자비의 50%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준다.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DAC)에 대해서도 투자비의 60%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한다. 노르웨이는 정부 주도로 27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탄소 포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U(유럽연합)도 최근 8대 탄소중립 기술에 탄소포집을 포함하며 지원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유럽의 경우 고강도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어서 탄소포집 사업이 보다 활발히 추진될 여건을 갖추기도 했다.
그래픽=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받는 국가들에서 탄소포집 사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 50만톤 이상 대규모 탄소포집 사업은 전 세계 19개가 있다. 그 중 절반 이상인 9개가 미국에서 진행되는 중이다. 캐나다는 3개, 노르웨이는 2개다. 이 3개국에 74%가 집중돼 있다.
미국의 경우 일리노이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7년부터 가동한 미국 최초의 지중저장 전용 프로젝트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연간 1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한다. 컨티넨탈 리소스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연 1200만톤)의 프로젝트는 2024년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의 퀘스트(Quest) 프로젝트는 석유화학단지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80만톤 규모의 탄소를 포집한 후 저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르웨이는 1996년부터 연 100만톤 규모의 슬라이프너(Sleipner)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포집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스노빗(Snøhvit) 프로젝트를 통해 천연가스 공정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연 70만톤씩 포집해 저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