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양의지(36)는 여느 포수들처럼 도루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다. 지난해까지 한 시즌 개인 최다 도루는 단 6개(2013, 2018년). 대신 빼어난 투수 리드와 타격 능력으로 리그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2사 1, 3루에서 1루에 있던 양의지는 바뀐 투수 강재민이 제대로 투구 자세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상대 포수 최재훈이 1루를 가리켰고 당황한 강재민은 재빠르게 1루로 공을 뿌렸다. 그 사이 양의지는 2루로 손쉽게 파고들었다.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됐다. 한화 배터리는 당황했고 그 때문인지 양석환에게 안타를 맞았다. 양의지는 2루에서 빠르게 스타트를 끊었고 손쉽게 홈까지 파고들 수 있었다.
시즌 3호 도루. 양의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절친한 형 강민호(38·삼성 라이온즈)와 내기를 걸었다는 것. 발이 빠르지 않은 둘은 올 시즌 누가 더 많은 도루를 하는지를 겨루기로 했다. "민호 형이 벌써 4개 했더라.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양의지는 "(오늘 같은) 이런 것 아니면 못한다. 큰 욕심은 없다. 지금 통산 50도루에 하나가 남았는데 채우고 싶다"고 전했다. 양의지의 통산 도루는 49개. 강민호는 27개로 그보다 적은데, 올해는 벌써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이 기록(4개·2006, 2011, 2013, 2016년)에 도달했다.


3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한 양의지는 1회말 정수빈과 김대한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 기회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토종 에이스 문동주가 상대 선발이기에 초반에 점수를 뽑는다면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초구에 힘껏 때린 공은 힘차게 외야로 향했으나 좌측 폴 왼쪽으로 빗겨갔다. 이번 타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의지는 "(최)재훈이에게 '삼진 당하겠다'고 했는데 병살이 나왔다"며 "편하게 갈 수 있는 경기를 내가 거기서 병살을 치는 바람에 문동주가 그렇게까지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양의지의 말대로 두산은 이후 쉽게 기회를 잡지 못했다. 6회까지 문동주에게 꽁꽁 묶였다. 7안타를 쳐냈지만 모두 단타에 그쳤고 그마저도 산발이었다. 1점도 상대 실책이 겹쳐 얻은 점수였다.
그렇기에 더욱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두산 선발 박신지가 2회까지 2실점하고 물러났지만 김명신(2이닝), 백승우(1이닝), 박정수(1⅔이닝), 이형범(⅓이닝)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의 호투를 이끌었다.
그리고 7회 기회가 왔다. 문동주의 공을 넘겨받은 김서현이 연이은 사사구로 흔들렸다. 김범수도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에서 양의지가 타석에 섰다. 김범수의 초구 커브를 지켜본 양의지는 낮게 깔리는 시속 149㎞ 속구를 통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주자 2명이 손쉽게 홈을 파고들었다. 3-3 동점.


5년 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125억 원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던 양의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4+2년 총액 152억 원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올 시즌 성적은 좋다. 타율 0.323, 5홈런 26타점에 출루율도 0.416으로 뛰어나다. 찬스에서 날려주는 클러치 능력은 발군이다. 그렇기에 팬들은 양의지가 오래도록 팀에 보탬이 돼주기를 바란다.
양의지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정말 저한테 딱 붙어서 경기에 나갈 수 있게 최상의 몸을 만들어주신다"며 "앞으로도 경기 나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경기 중에만 조심해서 안 다치면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