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미래가 창창한 신성이지만 제구가 되지 않는 강속구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최근이다. 김서현이 또 흔들렸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 주자는 없었고 7번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선을 상대했다. 그러나 김서현은 시즌 초반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던 때와는 180도 달랐다. 호세 로하스를 상대로 던진 공 2개가 모두 볼이 됐다. 3구 째는 존 안으로 들어왔고 이를 공략한 로하스의 타구는 좌익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이날 유일하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넣은 공이었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최원호 감독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슬라이더를 섞어봤지만 이유찬으로선 도저히 번트를 댈 수 없는 코스로 공이 날아들었다.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최원호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8구 가운데 7구, 87.5%가 볼이었다. 결국 교체.
1사 1,2루 상황은 최근 10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던 김범수에게도 부담스러웠다. 김범수는 정수빈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김대한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양의지에게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등판한 강재민도 양석환에게 2타점 역전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3-6 패배.
최원호 감독은 앞서 김서현에게 속구의 비율을 높이고 포수 사인대로 던질 것을 주문했다. 이날 김서현은 8구 중 6구를 속구로 승부했다. 포수 최재훈의 사인에도 고개를 젓지 않았다. 그러나 제 아무리 속구의 위력이 좋고 볼 배합이 뛰어난들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떤 경기였다.
김서현의 제구 문제 해결은 눈앞의 1승보다도 더 큰 숙제일 수 있다. 팀의 미래를 이끌어야 하는 투수이기에 다시 영점을 잡고 자신감을 되찾아야하는 게 급선무다. 최원호 감독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