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비 준다던 업자, 집주인과 한패였다…전세사기 의심 1322건 적발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3.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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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올해 하반기 분석대상 4만여건으로 대폭 확대 전방위 조사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8일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 밀집 지역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 공인중개사협회와 협업해 전세사기 의심 중개업소에 대한 정보를 파악 후, 모든 의심 중개업소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2023.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8일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 밀집 지역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국토부, 공인중개사협회와 협업해 전세사기 의심 중개업소에 대한 정보를 파악 후, 모든 의심 중개업소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2023.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A는 분양·컨설팅업자 B와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 시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공모했다. B는 임차인들에게 이사지원금을 주겠다며 유인해 높은 보증금으로 A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유도했다. 이들은 이후 형식상 임대인 이른바 '바지 임대인' C를 내세워 건물을 통째로 매수토록 했다. 임차인들은 전세계약이 끝나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바지 임대인 C는 실제로 같은 날 한꺼번에 한 건물의 다른 호실 15채를 매수하거나, 멀리 떨어진 주소지의 주택 8채를 매수하는 등의 이상 거래 정황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 결과, 자체 조사와 피해접수 건수를 합친 2649건 중에서 조직적인 전세사기 의심사례 1322건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거래의 전세사기 의심자와 관련자 970명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범정부 특별단속을 실시, 부동산 거래 정보를 조사·분석해 검찰청과 경찰청에 공유하는 등 긴밀한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거래 신고가 된 빌라, 오피스텔, 저가 아파트 거래 중 전세사기 의심거래 2091건을 추출한 자료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전세사기 의심사례 외에도 신고가격 거짓 신고 등 국세청에 316건, 거래신고법 위반·자료 제출 불응 등 지방자치단체에 1164건을 통보했다.

전세사기 의심거래의 지역별 보증금 피해 규모는 서울 강서구가 833억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경기 화성이 238억원, 인천 부평이 211억원으로 많았고, 이어 △인천 미추홀 20억원 △서울 양천 167억원 △서울 금천 129억원 △서울 구로 119억원 △서울 관악 115억원 순이었다. 전세피해지원센터 피해상담 임차인은 558명으로, 이 중 20~30대 청년층이 절반 이상(61.3%)을 차지했다.



이번에 적발된 전세사기 의심사례는 임대인, 중개인 등이 공모해 임차인이 눈치챌 수 없도록 복잡하게 계약이 이뤄졌다. 전세사기 의심자 등 970명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414명(42.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대인 264명(27.2%), 건축주 161명(16.6%), 분양·컨설팅업자 72명(7.4%) 순이었다. 이 외에도 공인중개사 겸 대리인, 중개보조원 겸 대리인,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 임대인 겸 건축주, 임대인 겸 중개보조원 등도 17명(1.8%)을 차지했다.

임대인·중개인·분양업자·모집인 '한통속'…무자본 거래·업계약서 수법으로 속여
이사비 준다던 업자, 집주인과 한패였다…전세사기 의심 1322건 적발
전세사기 의심자로 적발된 50대 임대사업자 D는 공인중개사 등을 모집책으로 이용해 매매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은 '소위 깡통전세'로 불리는 오피스텔만 사들였다. 한 지역에서만 깡통주택 오피스텔 29채를 '자기자본' 없이 사들였다. 기존 전세계약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실제 매수대금 없이 매수한 것이다. 매매 과정에서 오히려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 차액을 현금으로 챙겼다. 이 중 일부는 거래를 성사한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보수를 초과하는 뒷돈(리베이트)으로 지급했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들에게 넘어갔다. 전세계약이 끝났을 때는 계약당시 전세가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게 됐고, 여러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이사비 준다던 업자, 집주인과 한패였다…전세사기 의심 1322건 적발
부동산컨설팅사인 E중개사무소는 매물을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에 올린 30대 F에게 접근해 매물을 팔아주는 조건으로 매도 희망가격(1억7500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풀린 2억원으로 '업계약서'를 쓸 것을 제안했다. 이후 임차인 G를 유인해 업계약서 상 금액과 같은 2억원을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맺도록 했다. 같은 날 신규 매수인 H를 F에게 소개, 매매 2억원의 업계약서를 작성했다. 일당은 임차인 G로부터 받은 보증금 2억원으로 F에게 매매대금 1억7500만원을 주고, 차액인 2500만원은 수수료로 나눠 가졌다.


국토부는 부동산 이상거래 조사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사회연결망 분석기법 등을 활용해 중개사, 임대인 등의 연결고리 분석해 전세사기 등 위험감지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하반기에는 분석 대상을 4만여 건으로 대폭 확대해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 기반 조사를 추진하는 등 수사 공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검찰청·경찰청으로부터 수사 개시·피해자 현황 등 정보를 공유받아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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