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대표 곡물인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세를 보이며 세계 식량 위기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 하락세로 안정되며 가격은 지난 5월 말 기준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식량위기 불안감도 해소됐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풍작 기대감이 높아지고, 튀르키예·유엔·러시아·우크라이나 간 4자 흑해곡물협정 연장 합의로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의 곡물 수출이 계속 이뤄졌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댐 붕괴의 영향을 받는 우크라이나 남부에는 대규모 농경지가 있다. 댐 붕괴로 농작물 수확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시장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에 밀 선물 가격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국토의 70%가 농경지인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곡물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밀의 12%, 옥수수의 16%를 우크라이나가 담당한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인 2020년 우크라이나 밀 생산량은 2400만톤(t)이었고, 이 중 1800만t을 수출했다.
전문가들은 카호우카 댐 붕괴가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를 계속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러시아 농업 컨설팅업체인 소브에콘의 안드레이 시조프는 "댐 폭발은 비참한 결과와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일 수 있다"며 곡물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우크라그로컨설트는 "단기적 영향은 강의 낮은 둑에 있는 곡물 저장고와 다른 장비들의 손상이다. 정확히 어떤 사일로(곡식 저장고)에서 얼마나 많은 곡물이 썩고 있는지 당장은 불분명하지만, 장기적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호우카 댐 폭파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방을 공격 배후로 지목한 가운데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소행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독일 등은 카호우카 댐 붕괴를 "러시아의 잔혹성을 다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러시아를 공격 배후로 지목했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가 댐 붕괴에 연관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정확한 공격 배후에 대해선 단정할 수 없다며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