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위기'에 대출규제 완화하지만…"DSR은 최후의 보루"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3.06.0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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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뉴스1 2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사진=뉴스1


'역전세'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정부가 전세보증금반환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나 금융당국에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계부채 증가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쉽게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역전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세퇴거자금대출(전세보증금반환대출)' 규제 완화 등을 검토 중이다. 규제를 완화했을 때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시뮬레이션 중이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52.4%(102만6000호)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임대인을 대상으로 DSR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부처와 임대인 측에서 나온다. 하지만 DSR 규제 완화에 금융당국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은 가계부채 문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서도 DSR은 건드리지 않고, 유지하기로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DSR은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가계부채는 지난해 9월 이후 감소세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정책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4조7000억원)의 영향이 크지만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전월보다 감소폭이 줄었다. 여기에 최근 연체율 상승까지 겹친 상황이다.

또 정부가 갭투자자나 투기세력을 보호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전세 물건 담보의 대출 증가는 다음 세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뒤로 미루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다주택자, 주택 임대·매매사업자의 규제지역 주담대 LTV는 30%로 묶여 있다. DSR을 완화하더라도 주택가격, 주택수 등에 따라 제한을 두는 방법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DSR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에만 일부 조건을 완화하는 방법도 제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위해 주택 매매가 쉽게 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며 "단순히 대출 규제만 완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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