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사이코패스 진단…'연쇄살인' 강호순 보다 심각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3.06.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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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이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진행한 결과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심각한 수준의 사이코패스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사이코패스로 결론나면 재범 위험이 높아 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과는 7일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 결과 점수가 정상범위를 넘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주 중으로 부산지검에 최종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유정은 20개 문항, 40점 만점인 PCL-R에서 28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통상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간주된다. 정유정은 25점을 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 27점을 받은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높다.

앞서 부산 금정경찰서 소속 프로파일러들은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정유정의 진술과 행동이 사이코패스의 주요 특징에 해당하는지 살폈다. 프로파일러들은 정씨를 면담하고 수사기록을 분석하는 한편 정씨 가족과 어릴 적 친구들도 만나 얘기를 들었다.



검찰은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을 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유정의 심리상태에 대한 분석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유정은 지난 2일 검찰에 구속송치돼 보강 수사를 받고 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사이코패스 여부와 별도로 특정 상황에서 피의자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분석 등을 병행한다"며 "이번 사건을 위해 3개 검사실을 동원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범행 동기 등을 다양한 측면에서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여부는 재판에서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이코패스 검사는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경찰 단계 이후에 검찰에서 전자발찌 청구 전에 한 번 더 하고 재판에서 형사조사관들이 한 번 더 검사한다"며 "형사조사관들의 검사 결과는 양형에도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에는 사이코패스 관련 항목이 없지만 사이코패스는 진정한 의미의 반성을 하기 어렵고 거짓말도 잘한다는 특성을 재판부가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유정은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진술한 것이 드러났다. '사이코패스'는 보통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하는 '심신미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장희진 지음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사이코패스라면 재범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인격적 특성이라는 점을 재판부가 감안할 가능성이 높아 피고인 입장에서 유리할 게 전혀 없다"고 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쯤 학부모를 가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하고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자신이 자주 산책하던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경찰은 혈흔이 묻는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걸 이상하게 여긴 택시기사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추가 범행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정은 경찰에 붙잡힌 뒤 우발적이었다고 했지만 이후에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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