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노리고 모두 '곱버스'에 우르르…과감한 동학·서학개미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3.06.07 16:24
글자크기
대박 노리고 모두 '곱버스'에 우르르…과감한 동학·서학개미


최근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청개구리처럼 지수하락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을 낼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에 뭉칫돈을 넣는 중인데, 지수 변동폭의 2배가 반영되는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을 특히 선호한다. 과감한 역발상 투자가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코스피 下'에 2배, '반도체지수 下'에 3배...개미들의 '곱버스' 사랑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최근 한 주(5월 31일~6월 6일) 동안 'KODEX 200선물인버스2X (2,000원 ▲1 +0.05%)' ETF(상장지수펀드)를 1453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개별 종목을 일제히 포함해서 개인이 해당 기간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이었다. 순매수 2위인 POSCO홀딩스 (421,000원 ▼7,000 -1.64%)(910억원)와 3위 에스엠 (85,400원 ▼3,000 -3.39%)(631억원)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코스피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자 조만간 조정 구간에 진입하며 지수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을 적극 매수 중이다.

'곱버스 사랑'은 서학개미라고 다르지 않다. 같은 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최근 한 주 새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 ETF를 약 7075만달러(한화 약 922억원) 순매수해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30대 반도체기업으로 구성된 ICE반도체지수가 내리면 수익률을 3배로 얻는 상품이다. 연초 대비 180%가량 폭등한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업체 주가가 최근 급등하자, 향후 지수 하락을 점치며 곱버스 상품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곱버스나 레버리지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각광을 받는 상품으로 미국 시장에선 해당 상품 매매 비중이 크게 차지하진 않는다"며 "우리나라에선 단기 트레이딩 목적으로 완전한 개인용 시장에서 쓰인다"고 말했다.

저가 매수 노리고 레버리지도 순매수…"매매 잦을수록 손실 확률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같은 맥락으로 최근 가격이 급락한 지표에 대해선 지금이 저가라고 생각하고 레버리지 상품을 순매수한다. SOXS 다음으로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산 상품은 '프로쉐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내츄럴 가스'(BOIL) ETF로 동기간 3347만달러(43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ETF다.

올해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한 중국 관련 ETF에 대해선 레버리지 상품을 사들인다. 최근 한 주 새 개인투자자는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합성) (14,220원 ▼165 -1.15%)'(153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 (4,555원 ▼30 -0.65%)'(23억원)',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1,404원 ▲31 +2.26%)'(4억원) ETF 등을 일제히 순매수했다.

고점 또는 바닥을 노리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미들의 역발상 투자는 더욱 적극적인 모양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매니저는 "장 변동성이 심해질수록 레버리지 혹은 곱버스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통상 인버스는 헤지용으로 활용되나 개인투자자들은 헤지용 매매가 아닌 증시 하락 베팅용으로 쓰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단기 투자성 매매는 시장을 정확하게 봐야 하는데 늘 맞추기는 쉽지 않다"며 "매매가 잦을수록 손실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적합한 투자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단기 투자 목적으로 활용을 잘하면 유용하나 장기 투자용도 혹은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을 경우 수익을 쉽게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