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챗GPT와 일자리

머니투데이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2023.06.0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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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몇 년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초연결과 초지능, 그리고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술혁명을 이야기하고 이를 정보화사회 이후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했다. 3차 산업혁명도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느냐고 슈바프 회장을 비난하는 학자들도 있었고 이를 지지하는 미래학자도 많았지만 그 당시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광풍이 불었다.

분명히 기억하는 것이 일자리 미래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언급했고 때마침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슈퍼가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일자리 감소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하자 사람들 사이에 공포감으로까지 이어졌다. 하루하루 우리의 생계를 걱정해주는 언론들의 동참으로 일자리 이야기가 지면을 도배하며 확대 재생산됐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세계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되고 마찬가지로 세계 모든 언론에 최고의 기사 소재가 됐다. 챗GPT가 과거 혁신의 상징인 아이폰 모멘트를 호출하고 세상이 또다른 혁신과 성장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하루가 멀다하고 던진다. 여기에도 조미료같이 나타나는 일자리 문제가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나 새로운 사회가 형성될 때면 예외가 없이 뒤따르는 이야기다. 2030년이면 인터넷 창작물의 90%를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것이라며 텍스트나 이미지, 음악이나 영상 등이 그 대상이며 2045년에는 이러한 산출물로 인해 AI가 의사나 변호사, 그리고 법률이나 기자, 번역가 등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고 유엔미래보고서에까지 적시했다. 골드만삭스는 3억명의 일거리가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특히 선진국 구성원들의 정신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일자리의 18%가 자동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일자리 이야기로 난리가 아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다른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물론 미래학자들과 AI, 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분들은 일자리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또는 이러한 위기감을 통해 자신들을 더욱 부각할 수 있다. 이에 동반한 사람들의 관심으로 언론은 더욱 큰 자신들의 존재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증된 팩트로 보면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절대 일자리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 통계며 더욱 고도화한 일자리 생산과 분야별 세분화가 정설이다. 20세기 미국의 농업 종사자는 50%가 넘었으나 21세기 현재는 농업인구가 모든 종사자의 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농업 생산량과 다양성으로 몇 배의 부가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기술, 한 가지 예만 들어 트랙터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일자리가 710만개 줄어든다는 보고서에는 후속 이야기가 없다.



지금도 아마존고라는 무인슈퍼를 통해 슈퍼의 계산원이 줄었다는 통계나 보고서보다 오히려 이를 만들고 운영·관리하는 새로운 자리의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회자된다. 그래서인지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생성형 AI발 일자리 소멸론은 과장됐다"는 기사를 내보내며 생성형 AI로 인해 일자리의 대대적인 변화나 소멸논리는 너무도 과장됐다는 이야기를 팩트를 들어 소개했다. 과거의 방적기, 예를 들어 새로운 지식재산권이나 석탄·에너지 사용 증가, 새로운 과학적 사고방식의 출현을 들었다. 이 내용의 속을 보면 결국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일자리 생성과 증가 이야기를 포함한다.

이제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동네북처럼 언급하는 것은 진부하다. 또한 정확하지도 않다. 이제는 소멸의 시대가 아니라 생성의 시대이기에 일자리 이야기는 그만 내버려두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의 생성을 요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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