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인정한 최동구, '범죄도시3' 뉴페이스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3.06.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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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대표 범죄액션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개봉한 지 단 7일 만에 600만 명을 돌파하며 쾌속 흥행질주 중이다. 확장된 세계관으로 유독 뉴페이스들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그 중 마석도(마동석)가 "동구 동구"라 부르며 유독 애정을 주었던 후배 황동구 형사 역을 연기한 배우 최동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초강력 신스틸러' 고규필과 함께 '범죄도시3'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 제작자이기도 한 마동석이 최동구에게 본명과 같은 '황동구'라는 캐릭터를 안긴 것에서 그를 향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최동구는 연극 배우 출신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팔색조 매력을 뽐내왔다.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로 드라마에 데뷔, 이후 '힐러'에서 기영재(오광록)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다. '아스달 연대기'(2019)에선 돌담불 노예들을 관리하는 쇼르자긴 수하 역할로 변신했다.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선 파저위의 전사로 분해 단검 두 개를 무기 삼아 호랑이와 맞서 싸우는 혈투를 펼쳤다. 넷플릭스 '수리남'(2022)에선 중국 갱으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범죄도시3'에선 마석도의 절친한 후배이자 인천 북부서 마약반 팀원 황동구 형사 역할로 명품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대한민국 대표 범죄액션 프랜차이즈 영화로, 최동구 역시 팬을 자처하며 출연 성사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죄도시' 1편을 보고 막연하게 출연을 꿈꿨던 관객에서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배우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으니 말이다.

"2017년 '범죄도시1' 개봉 당시 가족과 극장에 가서 함께 관람했어요. 그때부터 '언젠가 나도 저런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슴속에만 품고 있었죠. 2019년 2편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오디션에 지원했는데 똑 떨어졌어요(웃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작년에 3편 오디션에 또 도전한 거예요."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탈락의 고배를 든 적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오디션에 응시, 마침내 꿈을 이뤘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진선규, 김성규, 박지환 등 무명 배우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 작품이기에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만큼 더욱 값진 성취다.

"1차 때는 빌런 역할 여러 개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 다음에 또 다른 캐릭터로도 오디션을 봤는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저는 오디션을 무척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내 작품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최종 오디션에 불러주셨어요. 정말 엄청 오래 봤어요. 그동안 본 오디션 중에서 제일 긴 시간이었죠. 이상용 감독님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열정적이셨어요. 디렉팅을 주고 준비할 시간 주고 기다리고 해보고, 이런 식으로 3시간여 동안 봤어요. 잘 봤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연락이 없는 거예요. 오디션 볼 때 많이 초조해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 작품은 유독 많이 기다려지더라고요. 한 달 정도 지났나? 대부분 당락이 결정되면 소속사 이사님이나 관계자분에게 연락을 주시는데 직접 연락을 받았어요. 운동 갔다 와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온 거예요. 마동석 선배님으로부터요."

마동석과는 개봉 예정인 영화 '황야'(가제·콘크리트 유토피아2)를 함께 촬영한 인연이 있다고.. 최동구는 "그때 예쁘게 봐주셨는지 선배님이 직접 전화를 주셨다"라며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범죄도시3' 입성 당시를 떠올렸다.

"정말 잊지 못할 감격의 순간이었어요. 시간도 기억해요. 오후 4시 44분, 정확히 기억납니다. 선배님이 긴 말 안 하고 이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런 이런 역할이 있다고 설명해 주시며 '너 어떻게 해볼 수 있겠냐? 해볼래?' 하셨죠. 용기를 내서 '하고 싶습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어요. 정말 영화처럼, 선배님이 '그래. 그 말을 듣고 싶었다' 하시더라고요. 이놈이 잘할 수 있을까, 용기가 있나 확인하려 직접 전화하셨던 거 같아요. 전화를 끊고 '그게 바로 황동구 형사 역할이야'라는 메시지를 주셨어요. 캐릭터가 왜 제 본명과 같은지는 여쭤보진 않았어요. 그냥 제 생각인데 열심히 하는 후배를 위한 선배님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이 연락 한 통이 제 배우 삶에 있어서 가장 드라마 같은 순간이었죠."

이후 최동구는 '범죄도시3' 주·조연 배우들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마동석에게 "'범죄도시' 월드에 들어온 걸 축하한다"라는 격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거듭 "워낙 사랑받는 시리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감격"이라고 표현했다. 1편부터 역대 청불 영화 흥행 톱3 등극, 2편은 '천만'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써 내려간 '범죄도시'이기에, 촬영장 분위기도 남달랐다고 한다. 굵직한 작품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출연진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험을 했다.

"모든 현장이 그렇겠지만 '범죄도시3'은 정말로 행복한 현장이었어요. 다 함께 만들어나가는 분위기가 형성이 잘 되어 있더라고요.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슛 들어가기 전 배우, 감독님, 스태프 등 누구 할 거 없이 다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매번 그런 식으로 즐겁게 찍었어요. 한편으로는 제 입장에선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대선배님들과 하는 것이기도 하고. '피해만 끼치지 말자. 책임져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초반에 많이 준비를 해갔죠. 마동석 선배님에게 '연구 많이 해오겠다' 말씀드리니까, 하지 말라고 '다치지 말고 그냥 즐겁게 하면 된다. 짐 내려놓으라'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부담감 없이 즐겁게 임할 수 있었어요."

마동석이 인정한 최동구, '범죄도시3' 뉴페이스 [인터뷰]
마동석은 어떤 선배였을까. 최동구는 "정말 재밌으시고 영화만 생각하는 분"이라며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은 장면 만들까 항상 영화만 생각하신다. 그런 선배님과 시·공간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웠다. 옭아매는 게 아닌 열어놓고 하는 거,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알려주셨다"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최동구는 '범죄도시3'을 통해 매체 데뷔 10년 만에 첫 형사 역할을 소화했다. 주로 악역을 연기해왔던 만큼 "역할로서는 항상 정의감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속에 있는 정의감이 끓어올랐다"며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더군다나 그간 이름이 없이 '숫자'가 붙은 단역이 대다수였기에 감상에 젖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겪으며 다진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저는 그동안 '숫자'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그래서 이번 '범죄도시3'에 저도 그렇지만 가족들, 회사 관계자분들이 기대를 많이 해주셨죠. 동전의 양면성처럼 기대와 동시에 제 연기가 혹시라도 케미가 안 맞을까 걱정도 되고 그랬어요. 근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배우가 작품 하나로, 역할 하나로 인생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묵묵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느껴요. 큰 무엇인가 목표를 잡지 않아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문장 중에 하나가 '녹을 걸 알지만 눈사람을 만드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하여'라는 말이에요. 작품이 끝날 걸 알고 있음에도,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사랑해요. 비록 사랑이 가장 뜨거울 때 헤어지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계속하는 마음이 매우 아름다운 것 같아요."

최동구는 배우 활동에 대해 "100m 달리기라고 생각 안 하고 마라톤이라 생각한다"라고 비유하며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영혼과 함께 진실하게 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고된 무명 시절을 버틴 끝에 "태양은 뜬다"라는 결실을 맺으며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했다.

"예전엔 저도 조급해하고 주목받지 못하면 막 소리라도 지르고, 그랬던 거 같아요. 조금 내려놓고 여유가 생기니까 태양이 뜨긴 하더라고요. 기다리면 분명 태양은 뜰 거예요. 유해지니까 일도 더 수월하게 풀리는 거 같아요. 저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 안 하지만 이렇게 제가 그랬듯이 사람의 마음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그게 대단한 게 아니라 어떤 작품을 감상한 뒤 가족에게 전화해서 '사랑해' 말하고, 사이 안 좋았던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보다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잖아요. 그래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내 역할에 책임을 져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동구는 수입이 일정치 않은 배우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최근까지도 여러 분야에서 경제 활동을 병행했다. 남모를 고충을 품고 있었지만 그는 연기를 위해서라면 당연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것저것 해왔어요. 아는 형님을 따라서 장사도 했고요. 갤러리에서 그림을 설명해 주고 판매하고, 무대 제작을 할 줄 알아서 가끔 용접 일도 해요. 저는 이렇게 일을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어디 가서 '배우는 힘들어' 이런 말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모든 직업에 고충이 있는 건데, 배우라고 해서 특별히 더 힘들다고 느끼지 않아요. 단 한 번도 다른 직업을 해보려 생각한 적은 없어요. 이 안에서 열심히 하고 잘 하고, 나만의 향을 품어낼 수 있는 방법 이런 걸 많이 고민해요."

마동석이 인정한 최동구, '범죄도시3' 뉴페이스 [인터뷰]
10년이라는 강산이 바뀌는 세월 동안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최동구는 이제 다양한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는 위치에 올라섰다. 그는 "영화 '히트맨2'에 캐스팅됐고, SBS 새 드라마 '재벌X형사'(가제) 촬영도 앞두고 있다. OTT를 포함해서 8~9편 정도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라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끝으로 못다 한 말이 있는지 묻자 최동구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들었다. 한 작품을 마치면 주변 스태프들에게 소소한 감사의 선물을 건네는 게 기쁨이라는 그답게 세심함과 따뜻한 성격이 묻어난 행동이었다. 그는 적어온 종이에 대해 "나름 연기를 오래 했는데 '연기가 뭐라고 생각해? 연기를 왜 해?' 물어보면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저만의 확실한 가치관과 철학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무 살 초반부터 지금까지 자문자답으로 '배우 일지'를 써놓은 게 있다.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서 집에 400페이지 정도 되는 일기장 형식으로 써놓은 게 쌓여 있다"라고 쑥스럽게 고백했다.

"혹시 잊어버리고 말 못 할까 봐 몇 가지 적어왔어요(웃음). '순진하진 않은데 순수하게 살고 싶어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어린아이들이 바닷가를 보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잖아요. 그렇게 연기하고 싶어요. 저는 '좋은 배우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아요. 부정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의식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제가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척'을 하고 있더라고요.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순수성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을지언정 소신대로 살자는 생각이에요. 좋은 배우보다 멋진 배우, 자신한테 솔직하고 책임지는 게 제가 추구하는 예술성과 맞아떨어져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요. 순수성으로 연기를 해야지 무언가 이루려 연기하면 고달파지더라고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배고픔이라고 하는데, 진짜 그 마음으로 연기해야 하는 것 같아요. 허황된 인기, 이런 것들은 다 모래 바람과 같은 거니까 경거망동하지 않으려 하고 순수하게 묵묵히,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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