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로 랠리 확산, 강세장 vs 유동성 장세 끝나 조정[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06.0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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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소형주로 랠리 확산, 강세장 vs 유동성 장세 끝나 조정[오미주]


미국 증시에서 그간 랠리를 주도해왔던 대형 기술주가 주춤한 반면 소외됐던 소형주가 상승 기지개를 펴는 듯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주를 제외한 나머지 섹터들, 특히 소형주가 오르면서 극단적으로 벌어졌던 대형 기술주와의 격차 줄이기에 나선 것인지 주목된다.

올들어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상승세가 8개의 대형 기술주에 집중돼 랠리가 지속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8개 메가캡 기술주는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엔비디아, 테슬라를 말한다.

대형 기술주가 급락하지 않고 주춤하는 동안 나머지 섹터가 올라 그간의 수익률 갭을 메운다면 증시 강세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기술주가 그간의 상승세를 지키면서 랠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승세, 소형주로 확산되나
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2.7% 급등하며 지난 3월8일 이후 최고치로 마감했다.


반면 대형주로 구성된 S&P500지수는 0.2% 강보합에 그쳤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0.2% 약보합 마감하고 시총 2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0.7%, 엔비디아가 1.3% 하락한 영향이다.

소형주 강세는 지난 2일에도 나타났다. 러셀2000지수는 지난 2일 3.6% 상승해 1.4% 오른 S&P500지수를 앞섰다.

다만 러셀2000지수는 지난 5일엔 1.3% 떨어져 0.2% 약세 마감한 S&P500지수보다 낙폭이 컸다.

러셀2000지수는 올들어 5.4% 올라 수익률이 11.6% 상승한 S&P500지수의 절반도 안 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26.9% 급등했다.

대형주와 기술주의 올해 상승세는 8개 메가캡 기술주가 주도했다. 나벨리에 &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인 루이스 나벨리에는 8개 메가캡 기술주가 S&P500지수 시총의 거의 28%,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 시총의 거의 55%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침체 피한다면 소형주 수혜
윌리엄 블레어즈의 중소형 가치주 전략 포트폴리오 전문가인 그렉 크자르넥키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날 소형주 강세는 "지난 2일 또 한 번의 매우 강력한 고용지표에 대한 시장 반응의 연장선"이라며 "지난 5월 고용지표 강세는 '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주, 특히 소형 가치주는 미국 증시에서 가장 경기 변동에 민감한 섹터"라며 "지난 며칠간 경기 침체 우려가 표면상 잦아들면서 이 섹터, 특히 경기 순환주와 제조업종이 랠리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발표된 5월 고용지표는 취업자수가 예상을 크게 웃돈 반면 실업률은 소폭 올라가고 임금 인상률은 전월 대비 소폭 둔화돼 경기 침체 전망은 낮추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피해갔다.

소형주가 랠리하면서 대형 기술주와 수익률 격차를 줄일지, 대형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수익률 격차를 줄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크자르넥키는 소형주의 밸류에이션이 대형주와 비교해서도 크게 낮지만 장기적인 역사적 평균에 비해서도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소형주는 심각한 경기 둔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형주 랠리냐, 기술주 붕괴냐
나벨리에 & 어소시에이츠의 나벨리에는 이메일 논평에서 "소형주와 초소형주가 빅테크주의 수익률을 따라잡든지, 메가캡 기술주 8개의 주가가 붕괴하든지" 둘 중 하나는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챗GPT와 AI(인공지능) 열풍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검색에 구글이 매우 긴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간 랠리에 참여하는 종목이 늘고 전반적인 증시의 힘이 개선되면서 기술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수익률 따라잡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대가 아직 꺾이지 않았기 때문에 메가캡 기술주의 주가가 급락하기보다는 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더 오르면서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스티펠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배리 베니스터도 지난 5일 투자 메모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대부분의 상승은 경기 순환 성장주, 다시 말해 기술주가 주도했지만 이제는 기초소재, 제조업, 금융 같은 경기 순환 가치주가 (기술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따라잡으며 올 3분기까지 랠리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결과 "랠리가 시장에 확산되는 동시에 시가총액 가중 지수(S&P500지수)의 상승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순환 가치주의 추격 랠리가 증시의 상승폭을 넓히겠지만 경기 순환 가치주는 S&P500지수 전체 시총의 24%를 차지하는 반면 경기 순환 성장주는 44%를 점하고 있어 S&P500지수의 상승세는 제한될 것이란 의미다.

3개월간 유동성 급감…조정 온다
하지만 증시가 미국 정부의 유동성 축소에 따라 조정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마무리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올초 부채한도에 도달한 이후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 쓰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부채한도가 상향됨에 따라 재무부는 그간 바닥 난 현금을 채워 넣기 위해 단기 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고 이는 시중의 유동성을 고갈시킬 수 있다.

TS 롬바드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블리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 5개월간 국채 발행 없이 현금을 쓰기만 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자금을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게다가 연준(연방준비제도)도 지난 3월 지방 은행들의 연쇄 부도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상당 금액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하지만 이제 부채한도가 올라가면서 재무부가 국채 발행을 재개하면 향후 3개월간 GDP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리츠는 "이러한 유형의 유동성 이벤트는 항상 주식에 영향을 미친다"며 연준의 대차대조표, 재무부의 현금 잔고, 은행의 지급 준비금 등의 변화는 S&P500지수의 수익률 변화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이 개선되자 증시가 (기술주에 편향된 상승에도 불구하고) 반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모델에 따르면 유동성 수준이 5개월 전으로 줄었기 때문에 증시도 하락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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