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떨고 있니"…국민연금 거래증권사 축소에 여의도 '긴장'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6.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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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떨고 있니"…국민연금 거래증권사 축소에 여의도 '긴장'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거래증권사를 축소 선정할 방침이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은 거래증권사 선정이 불발될까 걱정하는 눈치다. 특히 과거 증권사의 꽃이라 불리는 리서치센터에선 인력 감축 우려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주식 일반거래 증권사를 기존 36개에서 26개로 축소해 선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1등급 8개사, 2등급 12개사, 3등급 16개사에서 1등급 6개사, 2등급 8개사, 3등급 12개사로 각각 줄인다.



사이버 거래증권사는 7개사에서 6개사, 인덱스 거래증권사는 18개사에서 15개사로 줄일 예정이다.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평가항목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배점을 확대하고 증권사들의 유동성 수준을 살펴볼 것이라고 알려졌다.

현재 국민연금은 관련 세부 계획을 각 증권사들에 전달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이같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인·리서치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해당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거래증권사로 선정이 되지 않으면 증권사들의 거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등 후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투자 규모가 커 법인·리서치 부문의 제1의 고객으로 불린다. 지난 3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운용 규모는 140조3000억원이다. 아울러 자본시장 벤치마크로서의 대표성도 갖고 있어 우정사업본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평가에 따라 향후 거래증권사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중소형사의 경우 부담이 더 크다. 높은 등급에 외국계,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선정되는데 전체 규모까지 줄어들게 되면 중소형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1등급 거래증권사로 선정된 중소형사는 신영증권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외국계(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증권, 홍콩상하이증권(HSBC))와 대형 증권사(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였다.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ESG, 책임투자와 관련된 국민연금 평가항목들이 대형사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돼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 준비해야겠으나 절대적으로 (대형사 등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인·리서치 부문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 중 하나인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인력 효율화, 조직 구조 개편 등을 이유로 법인·리서치 본부를 해체했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의 세부 지침이 나올수록 중소형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국민연금을 잡으려고 모든 증권사들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분기 국민연금의 거래증권사에서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유화증권이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나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국내채권 거래증권사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2분기부터 하나증권과 유안타증권은 다시 국민연금과 거래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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