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화수'가 안 보이네…중국인들 쓸어담는 화장품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3.06.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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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티몰 사전판매순위, 명품·현지제품에 밀려
양국 관계 회복 부진…업계 "6·18 이후 탄력"

'후·설화수'가 안 보이네…중국인들 쓸어담는 화장품 달라졌다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행사 6.18이 다가왔지만 한국 화장품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내 화장품 소비가 완연히 회복되지 못한 데다 가성비 자국 브랜드 또는 명품 브랜드를 선택하는 양극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6일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프로야는 에스티로더(미국), 로레알(프랑스), 랑콤(프랑스)에 이어 6.18 사전판매 시작 1시간만에 1억위안(약 18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6.18은 중국 주요 e커머스가 모두 참여하지만 티몰은 화장품 판매 비중이 높아 중국 화장품 시장의 '가늠자'로 꼽힌다.



프로야는 특히 사전판매 기간 동안 화장품 누적 판매 전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고가의 스킨케어 시장은 해외 브랜드의 시장 장악이 확고해 자국 브랜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프로야는 중저가 색조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여타 중국 브랜드와는 달리 스킨케어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80%에 달한다. 2021년까지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광군제(11월11일)에서 첫 화장품 거래액 상위 5위에 진입한 뒤 올해 3.8절(부녀절)에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 종류를 늘리고 틱톡 등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 브랜드들의 뷰티제품도 중국에서 승승장구한다. 티몰 사전판매에서 샤넬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디올은 50%가 증가했다. 유니레버의 프레스티지 뷰티브랜드 아워글래스는 판매 한 시간 만에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니치향수 브랜드 딥티크도 판매 시작 90분 만에 지난해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수출 화장품인 LG생활건강의 '후'나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코로나19(COVID-19)와 한한령(한류금지령) 이후 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 감소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허용되지 않는 등 양국의 관계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중국 수혜 기대감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는 올해 6.18 실적도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1년에는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후'가 판매 상위 6위를 기록한 바 있지만 지난해에는 주요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국내 브랜드의 중국 판매량이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중국 및 글로벌 브랜드들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을 맡고 있는 코스맥스도 6.18 이후에나 중국 화장품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지난 4월 하순부터 립, 썬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6.18을 위한 현지 브랜드 신제품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2월까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해 소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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