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애플 CEO는 5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발표하기 직전 이를 외쳤다. 이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발표회에서 깜짝 공개할 때마다 즐겨 썼던 문구로, 애플 팬 사이에선 사실상 주인공의 등장을 알리는 말이다.
그동안 팀 쿡이 "구글과 메타의 VR(가상현실) 제품과는 다르다"고 강조해온 만큼, 표면적으로는 메타가 선점한 '메타버스'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세계 결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비전 프로는 메타버스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역시 "애플이 메타가 지배하는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아이폰 이후로 가장 위험한 베팅"이라고 평가했다.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한 기존 기기와 달리 사람의 눈과 손동작, 음성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고(故)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첫 소개 당시 "우리는 세계 최고의 도구를 갖고 태어났다. 바로 열 손가락"이라며 휴먼 인터페이스(자판 대신 말이나 글씨·촉각으로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년 90만대 판매 목표…"457만원" 말하자 객석에선 '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애플 팬 사이에선 '1세대는 거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험적인 첫 제품일수록 시행착오가 많다는 뜻이다. 미 IT전문매체 더 버지 역시 "애플은 비전 프로가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대체하는 방법을 오래 설명했지만 이를 위해선 엄청난 양의 처리능력과 디스플레이 성능이 필요하다. (2개의) 4K 디스플레이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에 비전 프로가 9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고가의 VR·AR(증강현실) 기기 시장이 주춤한 만큼 업계에선 첫해 출하량이 10만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본다. 글로벌 투자은행 DA데이비슨도 애플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칫 소수의 고가 장난감으로 남을 수 있다는 평가다.
관건은 애플이 15억명 이상의 아이폰 사용자를 어떻게 비전 프로와 연결할지다. 이에 애플은 비전 프로를 위한 별도의 앱스토어를 구축하는 동시에 기존 아이폰·아이패드 앱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애플의 블루투스 기기인 매직 키보드·마우스 등과 연결해 사실상 공간 기반의 컴퓨터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범주 유니티코리아 에반젤리즘 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약 500만원의 가격이 비싼 것 같지만 물리적 제약 없이 자신만의 대형 스크린과 최신 맥북 사양의 컴퓨터, 3D 카메라가 포함된 가격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라며 "애플스토어에서 작은 모니터가 하나 달린 맥북을 살지, 디스플레이 환경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공간 컴퓨터를 살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