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경' 이종필 감독 "이나영이 나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3.06.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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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지론과 상반되는 눈물연기에 함께 울며 감정 정화되는 경험 체험

/사진=웨이브/사진=웨이브


얼굴만 봐도 푸근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힐링 전도사' 이종필 감독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에 이어 신작 '박하경 여행기'로 다시 한 번 상처받은 청춘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졌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선생님 박하경(이나영)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작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종필 감독은 손미 작가와 다시 손잡고 이번엔 드라마에 도전했다. 일상에 치여 사라져 버리고 싶은 현대인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박하경 여행기'를 펼쳐내 호평을 받고 있다.



'박하경 여행기'는 지난 달 24일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돼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 감성을 자극하는 '어른 동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작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면서 순수한 초심을 유지한 덕에 웰메이드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다.

이종필 감독은 "전작이 큰 호평을 얻었지만 결말 부분만큼은 '오그라든다'라는 공통적인 반응이 있었다. 그래서 차기작은 그러지 않으려 했고, 담백하게 연출했다. 개인적 성취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제 맷집이 생겨 모든 평가를 받아들이겠다 싶었는데, 대부분 좋은 얘기가 많더라(웃음). 근데 딱 두 분이 공통적으로 '박하경 여행기'가 정말 좋은데 대중적으로 성공할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이게 걸리는 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 의아했다. 더 빠르고 감정의 폭이 큰 사건이 벌어지는 시리즈물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박하경 여행기'가 많은 분에게 사랑받지 못할 작품인가라는 부분은 동의하지 못하겠다. 의아하고 틀리길 바란다"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종필 감독과 손미 작가의 진정성 있는 만듦새는 충무로 명감독들마저 사로잡았다. 이종필 감독은 "소박하게 상영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허진호 감독님이 오셨다. '박하경 여행기'가 정말 귀엽고 좋다고 하셨다. 감독님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군산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감독님을 생각하며 찍었는데, 재밌게 봐주셨다니 감격스러웠다. 'D.P.' 한준희 감독과는 연락처만 아는 사이인데, '박하경 여행기' 공개 후 재밌게 잘 봤다고 연락을 받았다"라고 주위의 반응을 전했다.

'박하경' 이종필 감독 "이나영이 나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완벽한 '작감'(작가와 감독) 조합에 배우 이나영이라는 찰떡 캐스팅으로 '박하경 여행기'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종필 감독은 흥미로운 캐스팅 비화를 들려줬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작업 당시 갑자기 보게 된 이나영의 초기작이 운명적 만남(?)의 시작이었다고.

이종필 감독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만들 때 제목에 같은 '영어'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영어 완전 정복'(2003)이 생각나 다시 찾아봤다. 오랜만에 봤더니 이나영이 연기를 정말 잘하더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나영에 대해 '이미지가 독보적인 배우다'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영어 완전 정복'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툭툭 던지는 내레이션 등 쉽지 않은 연기를 정말 잘했다. '노래를 잘한다'라는 칭찬이 단순히 가창력을 뽐내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이나영이 자연스럽게 순수하게 연기를 잘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이나영 초기 작품의 잔상은 '박하경 여행기'로 이어졌다. 이종필 감독은 "'박하경 여행기' 대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손미 작가와 브레인스토밍하듯 아이디어를 던지고 있을 때 막연히 이나영이 떠올랐다. 구체적인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나영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박하경 캐릭터에 이나영을 생각하고 나니까 작품의 방향도 잘 잡혔다. 다행히 이나영도 흔쾌히 출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저도 그렇고 이나영도 작품에 충실해서 '박하경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보곤 '다 알 거 같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종필 감독의 신뢰에 화답하듯 이나영은 박하경 역할에 푹 빠져들어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썼다.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을 정도로 감정 이입해 '박하경 여행기'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감독은 이에 대해 "보는 사람이 울어야지, 저는 배우가 울면 안 된다는 지론이 있다. 평소엔 그랬는데 이나영이 울 때는 같이 울었다. 속으론 '울면 안 되는데' 하는데 이상하게 저도 계속 눈물이 나더라. 이나영의 눈을 잘 보면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는 커트가 곳곳에 있다. 아까워서 남겨뒀다. 평소 같았으면 감상에 젖어보여 싫었을 텐데 이해가 되고 맑아 보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후반 작업할 때, 편집하면서도 또 울었다. 흐느끼고 슬픈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른 감정인 것 같다.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박하경 여행기'가 힐링 키워드로 시작했다면 도착은 결국 맑은 카타르시스, 정화되는 것이구나 싶더라"라고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줬다.

'박하경' 이종필 감독 "이나영이 나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시청자들에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한 '박하경 여행기', 시즌2를 기대해도 될까. 이종필 감독은 "'박하경 여행기'가 너무 만족스럽다. 애정도를 떠나 이 작업에 대한 만족도가 커서 또 할 수 있을까 싶다. 안 했으면 좋겠는 게 아니라 한다면 더 만족스러워야 할 거 같아서 조심스럽다. 정말 많은 분이 사랑해 주시면 안 하고 못 배길 상황이 오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거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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