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자작(自作)은 스키즈의 강점이자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방찬, 창빈, 한으로 이뤄진 프로듀서 팀 쓰리라차(3RACHA)가 있다. 스키즈는 쓰리라차를 엔진 삼아 지금까지 이런 아이돌은 없었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그들 작품에 스스로의 인장을 찍는데 늘 적극적이었다. 틀을 깨고 길을 벗어나는 실험성, 장르를 가로지르는 하이브리드 성향은 그런 팀 내 프로듀싱 팀이 잘 가동해준 덕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차별화된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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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의 전체 메시지는 성장과 정체성의 담론에 기반해 이들이 데뷔 때부터 꾸준히 내세운 자신감과 포부, 이루겠다는 의지로 듬뿍 무장해 있다. 자신들이 역사를 써나가겠다는 '위인전'은 그 노골적인 첫머리로, 스키즈의 성향 중 다소 거친 느낌을 랩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얹어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자신감은 창빈이 "다른 아이템 같은 건 필요 없다. 우리가 아이템"이라는 전제 아래 'ITEM', 필릭스가 쓰리라차와 함께 쓴 'Super Bowl'을 지나며 더 단단해진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마마(MAMA) 어워즈'에서 쓰리라차와 콜라보 무대를 꾸민 타이거 JK가 피처링 한 'TOPLINE'은 그대로 앨범의 탑라인이 돼주고 있고, 방찬과 필릭스는 자신들이 자란 호주에서 해(年)를 넘기며 번진 대형 산불 사고에 영감을 얻어 'FNF'라는 곡을 공동 작사/작곡해 숨겨둔 개인 내면을 꺼내보였다. 'FNF'는 'Flora and Fauna(동식물)'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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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의 자랑은 재킷 아트워크에도 대문짝만 하게 박아 놓은 '특'이다. 마치 곡 하나에 앨범 한 장 분량의 아이디어를 욱여넣은 듯 변신과 반전, 합체와 해체를 거듭하는 이 현란한 타이틀 곡은 뮤직비디오마저 '언베일 트랙'들의 모음집 마냥 통제된 혼돈 속에서 매섭게 작렬한다. 절과 후렴, 브리지 구분 없이 모든 요소들이 어떤 자리에 들어서도 될 법한 이 무차별적 열린 형식은 말 그대로 '스키즈다운 새로움과 도전 그 자체'로서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팬들은 이 곡이 끌어안은 화려한 카오스에 재미있다는 반응과 함께 스키즈가 스스로를 재정의 내리고 있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키즈는 2년 만의 풀렝스 앨범에서 초반 '위인전'과 '특'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ITEM'과 'Super Bowl'로 팀 고유 색을 환기시킨 뒤 'TOPLINE'으로 허리를 지탱, 'DLC'와 '죽어보자'로 분위기를 살려 '충돌'부터 비교적 쉽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스테이(스키즈의 팬덤)와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스테이가 "방찬이 우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라고 느꼈다는 'Youtiful', 이미 접어든 여름 기운과 몰래 어울리며 시즌송으로도 거듭날 듯한 팝록 트랙 'Time Out'이라는 팬송은 그 의지를 선두에서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자리한 'THE SOUND' 같은 트랙은 덮어놓고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스키즈의 다른 면모로, 결국 'TOPLINE'의 끊어 뱉는 랩과 '충돌'의 유연한 랩이 충돌하는 양상이 곧 작품의 전반적인 양상임을 상기시킨다.
스키즈의 음악에는 레퍼런스가 없다고 한다. 그런 그들은 지속적인 방황과 미완성을 갈구한다. 누군가에겐 불안의 요소가 이들에겐 불사(不似)의 요소인 셈이다. 물론 나는 이 앨범에 제목의 별 다섯까진 던질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정규 3집을 통해 이들이 가려한 길, 의도만큼은 충분히 납득했다 말하고 싶다. 미완성이 칭찬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어떤 면에선 축복이 아닐지. 평론가들에게 별 다섯은 만점이란 뜻이지만, 스키즈에게 별 다섯은 그저 '별나고 빛난다'는 의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