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기업 가운데 이 시장을 가장 먼저 눈여겨보고 진출한 기업은 SK시그넷이다. SK는 1998년 대우중공업 출신 황호철 대표가 창업한 EV시그넷의 과반인 55% 지분을 2021년 4월 사모펀드(PEF)로부터 2930억원에 사들여 이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기존 석유 자원을 차량에 분배하는 주유소 사업을 SK네트웍스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영위했던 그룹이 이제는 그를 대부분 접고 전기차 충전업을 제대로 벌이기 위해서다. SK는 기존 산업 내의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M&A(인수·합병)로 줄였고 오히려 초급속 충전 분야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대만 델타와 경쟁…LG와 토요타도 나섰다

SK시그넷은 이런 상황에서 올 7월부터 시간당 200KW급 초급속 시장에 내놓을 400KW 신제품을 미국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하기로 했다. 전세계적으로 400KW급 제품을 내놓은 곳은 아직까지 유럽 지멘스를 제외하고는 없는 수준이다. 미국시장에서는 SK시그넷이 최초로 이를 상용화해 하이앤드 마켓을 선점할 전략인 것이다. 올해 7월 미국 출시, 내년에는 유럽과 국내에서도 선보인다.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수퍼차저'라는 브랜드로 충전업을 병행하지만 아직까지 최대 출력이 150KW에 머물고 있다. 테슬라 모델S나 Y 등은 이 용량으로 충전을 하면 80% 이상 완충에 30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SK시그넷이 만든 400KW급 충전기를 활용하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차라면 절반 이하의 시간에 완충이 가능한 셈이다.
고속도로망과 우체국, 아마존 뚫는다

SK시그넷은 현재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A)라는 충전소 운영 사업자와 협업하고 있다. EA는 폭스바겐그룹이 지난 디젤게이트로 지게 된 20억 달러의 미국내 배상금을 청정 충전소 사업체 EA로 만들어 미국 정부와 협업하게 된 사업자다. EA는 4년 전까지는 SK시그넷 조달 비율을 25%로 한정했지만 제품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불량이 없고 안정성, 호환성이 뛰어나자 최근 수급 비율을 75%까지 올렸다.
SK시그넷은 납품처를 EA에 국한하지 않고 고소도로 사업자와 미국 포스트오피스(우체국) 등 공공기관 차량망, 아마존 등 기존 대형 수요자들로 늘릴 계획이다. 이미 400KW 신제품 'V2'의 선주문이 파일럿 형태로 이들에 의해 수백만불가량 이뤄진 상태다. 아직까지 세단형 전기차는 230KW 이상의 충전기를 수용하기 어렵지만 최근 완성차 제조사들이 소비자 수요에 맞춰 배터리 용량을 급속히 늘리고 있어 V2는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대용량 배터리 충전을 요하는 상용트럭이나 버스, 드론택시(UAM) 충전에는 대용량 충전기가 필수적이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올해 매출은 3200억원, 2025년까지 매출 1조원 돌파를 확실하게 예상한다"며 "현재 32억 달러 규모인 초급속 충전시장이 2025년 7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지는데 이 가운데 최소 1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600억원의 매출이 3년 만에 6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테슬라 2배 충전속도…텍사스 주지사도 감탄

V2로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준으로 충전시 15분이면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가격도 60% 충전에 약 12달러로 통상요금의 반값에 공급이 가능하다. 갈길이 바쁘고 도로망이 초장거리인 미국 고속도로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특히 V2는 이날 아이오닉5와 기아 EV6를 동시에 충전해 각 차량당 최대 200k이상 출력을 직접 증명해냈다. 또 V2의 파워캐비넷은 1기당 최대 600kW까지 출력이 가능해 충전기 디스펜서 2대로 4대까지 동시에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텍사스 주정부는 플레이노시를 통해 이미 SK시그넷에 100만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와 인력채용 및 안전, 시험 인허가 과정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아드리아나 크루즈 텍사스 경제개발국장은 "이 놀라운 새 생산기지의 개소를 반긴다"며 "4600만 달러의 자본으로 235개 일자리를 창출한 SK시그넷이 텍사스주는 물론 미국 전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기 등급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