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 범인 몽타주.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18년 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골목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에서 쌀자루에 씐 채 묶여 있는 여성 시신이 환경공무관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여러 끈으로 결박돼 있고 곳곳에는 폭행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사건은 아직 미제로 남아 있는 이른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시작이었다. 신원미상의 범인은 이후 두 차례 더 범행을 저질렀고 경찰은 여전히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같은 해 11월 21일. 신정동 주택가 골목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에서 가정주부 이 모 씨가 대형 비닐과 돗자리에 말린 채 숨져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이씨는 친정집에 간다며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고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피해자가 발견됐던 현장.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A씨에 따르면 그는 대낮에 범인에게 잡혀갔다. 당시 범인은 A씨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며 따라오라 협박했고 속수무책으로 신정동 주택가의 한 반지하 방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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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직후 범인은 A씨를 두고 화장실로 향했고 이 틈을 이용해 집을 벗어났다. 이때 A씨는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신이 잡혀 온 반지하 집 바로 위층(2층)으로 올라가 그 집 앞에 놓여 있던 신발장 뒤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자신을 찾으러 나온 범인이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탈출했다. 이후 한 초등학교 앞까지 뛰어간 뒤 남자친구에게 연락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범인은 하나가 아닌 둘…신발장에는 토끼 스티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사진=SBS
A씨는 납치 당시 범인 집에 도착하자 "왔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또 신발장 옆에 숨었을 때도 두 명이 집 밖으로 나왔다 한명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남은 한명만 밖으로 나갔다고 당시 모습을 설명했다.
집 안에 대해서는 톱과 각종 끈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 부분 역시 앞서 발생한 두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두 피해 여성이 모두 끈으로 결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살지 않았던 A씨는 자신이 끌려갔던 집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집을 나와 15~20분 정도를 달려 초등학교에 도착한 점과 자신의 몸을 숨겼던 신발장에 '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엽기 토끼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방송에 몽타주 공개까지…18년 지났지만 여전히 미궁납치 미수 피해자 진술에도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 만한 어떤 것도 찾지 못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실 수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진술 내용을 토대로 범인 주거지 의심 구역 반경 내에서 전수 조사를 벌였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주장이다.
다만 이 사건을 끝으로 신정동에서는 더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범인들이 범행 직후 이사 갔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는 이 사건을 여러 차례 다뤘다. 사건 발생 당시 공론화 되지 않았던 이 사건은 크게 알려졌고 관련 제보가 쏟아졌다. 방송은 이를 통해 직접 범인 추적에 나서기도 했으며 몽타주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2020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첩보를 입수해 사건 당시 확보한 DNA 자료 등을 토대로 다시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잡진 못 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여전히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