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 범인 몽타주.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갈무리
이 사건은 아직 미제로 남아 있는 이른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시작이었다. 신원미상의 범인은 이후 두 차례 더 범행을 저질렀고 경찰은 여전히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같은 해 11월 21일. 신정동 주택가 골목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에서 가정주부 이 모 씨가 대형 비닐과 돗자리에 말린 채 숨져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이씨는 친정집에 간다며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고 끝내 시신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첫 번째 피해자와 같이 시신이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에서 발견된 점과 사인이 경부 압박 질식사인 점, 비슷한 폭행 흔적 등을 미루어 동일범 소행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범인을 추적할 만한 단서는 없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첫 번째 피해자가 발견됐던 현장.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A씨에 따르면 그는 대낮에 범인에게 잡혀갔다. 당시 범인은 A씨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며 따라오라 협박했고 속수무책으로 신정동 주택가의 한 반지하 방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도착 직후 범인은 A씨를 두고 화장실로 향했고 이 틈을 이용해 집을 벗어났다. 이때 A씨는 대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신이 잡혀 온 반지하 집 바로 위층(2층)으로 올라가 그 집 앞에 놓여 있던 신발장 뒤에 몸을 숨겼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자신을 찾으러 나온 범인이 집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탈출했다. 이후 한 초등학교 앞까지 뛰어간 뒤 남자친구에게 연락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범인은 하나가 아닌 둘…신발장에는 토끼 스티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사진=SBS
A씨는 납치 당시 범인 집에 도착하자 "왔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또 신발장 옆에 숨었을 때도 두 명이 집 밖으로 나왔다 한명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고 남은 한명만 밖으로 나갔다고 당시 모습을 설명했다.
집 안에 대해서는 톱과 각종 끈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 부분 역시 앞서 발생한 두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두 피해 여성이 모두 끈으로 결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에 살지 않았던 A씨는 자신이 끌려갔던 집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집을 나와 15~20분 정도를 달려 초등학교에 도착한 점과 자신의 몸을 숨겼던 신발장에 '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엽기 토끼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방송에 몽타주 공개까지…18년 지났지만 여전히 미궁납치 미수 피해자 진술에도 경찰은 범인을 특정할 만한 어떤 것도 찾지 못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실 수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진술 내용을 토대로 범인 주거지 의심 구역 반경 내에서 전수 조사를 벌였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주장이다.
다만 이 사건을 끝으로 신정동에서는 더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범인들이 범행 직후 이사 갔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는 이 사건을 여러 차례 다뤘다. 사건 발생 당시 공론화 되지 않았던 이 사건은 크게 알려졌고 관련 제보가 쏟아졌다. 방송은 이를 통해 직접 범인 추적에 나서기도 했으며 몽타주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은 2020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첩보를 입수해 사건 당시 확보한 DNA 자료 등을 토대로 다시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잡진 못 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에서 여전히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