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영장 기각에 檢 "법원은 마약과 전쟁 안하나"[정경훈의 검찰聽]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3.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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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2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24.


"법원이 마약과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24일 법원에서 기각되자 검찰에서 나온 반응이다.



유아인은 프로포폴·졸피뎀·대마·케타민·코카인 등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다양한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는데도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유아인이 초범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매매·유통범이 아닌 투약범에 대해서는 법원이 초범인 경우 선처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 담당자들은 최근 마약 투약 사범이 늘고 연령도 낮아진 상황을 감안해 법원의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14세 중학생 필로폰 구매·투약 사건처럼 미성년자가 연루된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국가와 수사당국이 마약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유씨의 구속영장 기각과 또다른 유명 연예인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의 집행유예 선고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된 돈스파이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이 총장은"법원 판단이 마약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과 경각심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 등이 유명인사로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유씨의 경우 몸에서 검출된 마약을 보면 사실상 초범으로 보기 힘들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영장 기각이 아쉽다는 뜻 아니겠냐"며 "유씨의 경우 '기자들이 많이 기다린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에 출석하다가 협의 없이 귀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마약사범에 대한 법원의 선처가 자칫 잘못된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아인은 1년 동안 프로포폴을 4400㎖ 넘게 투약한 것으로도 조사됐는데 단순 투약자라도 범죄의 중대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유아인 영장 기각이 '마약을 다수 투약하더라도 구속을 면할 수 있다'는 근거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엄벌 없이는 반성도 없고 결국 재범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엄벌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재범 방지를 위한 사후 치료에도 비중을 둘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원석 총장은 지난달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방문하면서 성남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찾아 김재민 센터장 등과 마약 중독자 치료 관리와 관련한 실무 협의를 했다. 센터에서는 이 총장에게 '검찰에서 구형을 할 때 치료감호를 적극 청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총장도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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