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왜, 경찰은 죽이면 안 돼?”
영화 ‘범죄도시3’ 초반부, 경찰을 때려 죽인 뒤 주성철(이준혁)의 대사다. 캐릭터의 무자비한 행동이나 문장의 함의보다, 귀에 꽂히는 이준혁의 목소리가 낯설어 놀랐다. 그간 이준혁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다. 캐릭터에 따라 목소리도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톤을 켜켜이 쌓아 올린 듯한 단단한 그 목소리는 급조하여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사진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생각해보면 이준혁은 외적인 변화가 아니어도 항상 다면적인 캐릭터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확신의 미모를 지녔지만, 그래서 캐릭터를 설명할 때 언제나 ‘잘생긴’이라는 수식어는 들어가지만, 미모를 활용하는 작품은 드물었다. 선역도 많았지만 대중의 찬사를 받았던 역할이 대부분 악역에 속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꽃개(꽃 같은 개XX)’라는 별명이 붙었던 ‘적도의 남자’의 이장일은 그 날카로운 미모가 도리어 캐릭터의 비열함을 돋보이게 만들었고,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의 박무신 중위도 변명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고한 악인이었다. 새하얀 해군 제복을 입고 눈부신 외모를 과시했던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도 비뚤어진 신념에 찬 악인 계열.
'비밀의 숲' 시즌1 서동재를 연기 중인 이준혁.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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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에선 ‘느그동재’로 불리다 시즌2에서 ‘우리동재’로 변화하는 ‘비밀의 숲’ 시리즈의 서동재 역은 이준혁이 그간 쌓아온 다면적 캐릭터의 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델 뺨치는 미남이지만 가진 것 없는 배경과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으로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비리검사 서동재를, 이준혁은 얄미울 만큼 능글능글하게 소화해냈다. 어떻게든 윗선에 비벼보려 애쓰며 ‘짠내’를 유발하면서도 약자에게는 과감하게 야비하게 굴며 욕을 유발하는 서동재가 어찌나 매력적이었던지! 시즌2에서 납치되며 사라졌을 때 그의 생존을 간절히 바라고, 그의 귀환에 환호한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서동재뿐 아니라 박무신이나 오영석 등 이준혁이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모두 그 내밀한 심리와 전사(前史)가 궁금해지는, 스핀오프의 주인공으로 삼을 만한 인물들이다. ‘범죄도시3’의 주성철도 그렇다. 다소 거친 피부와 정돈되지 않은 헤어스타일이긴 하지만 주성철은 1편의 장첸이나 2편의 강해상과 달리 단정히 슈트와 구두를 갖춰 입은 인물이다. 사람을 내리치며 하얀 슈트에 피가 튀고, 구둣발로 사람의 얼굴을 즈려 밟는 모습을 보면 이 인물은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건가 궁금해진다. 이미 대본에 쓰인 인물 자체가 다면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궁금증을 보는 이에게 강렬하게 투입시키는 건 온전히 배우의 몫이다. 이준혁은 전작들에서도, ‘범죄도시3’에서도 그 몫을 충실히 감당해낸다.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