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조금 오르고 '헉헉'…4050 힘 빠지고 통증 '이 질병'일 수도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06.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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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조금 오르고 '헉헉'…4050 힘 빠지고 통증 '이 질병'일 수도


40·50대가 되면 몸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곳저곳이 아프고 근육이 빠져 계단을 오르거나 물건을 드는 데 힘에 부치곤 한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지만, 평소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데도 근육 통증·감소가 심하다면 '염증성 근육염'을 의심해야 한다. 내 몸의 면역세포가 나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근육과 주변 조직이 공격받아 염증이 발생하며 근육의 질과 양을 동시에 떨어트리는 병이다. 다발성 근육염과 피부근염, 드물게 나타나는 봉입체근염, 면역매개괴사성 근염 등이 염증성 근육염에 속한다.



염증성 근육염은 여러 유전, 환경적 요인이 겹쳐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발성 근육염과 피부근염은 연간 100만명당 2.18~7.7명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더 많다. 15세 미만 또는 45~54세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한다. 김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소아는 주로 피부근염의 형태로 발생하는 반면, 성인에서는 다발성 근육염과 피부근염 모두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근육염은 혈액 속의 '근육 효소'를 측정하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단, 이들 효소 중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T),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T)는 간이 손상됐을 때도 증가해 간염으로 오진하는 사례도 있다. 숙련된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염증성 근육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혈액 중 자가항체나 MRI 등 영상 검사로 근육 침범을 확인하고, 신경병증과 같은 다른 질병과 구분을 위해 신경 근전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피부근염의 약 20~30%에서는 암이 함께 발견되는 만큼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증성 근육염일 땐 앉았다 일어설 때, 계단을 오를 때, 물건을 들어 올릴 때처럼 근육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힘이 빠지거나 통증을 경험한다. 특히, 다발성 근육염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근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이 특징으로 몸통에 가까운 쪽 큰 근육의 근력 감소가 더욱 두드러진다. 피부근염은 다발성 근육염과 같은 근육 약화와 함께 얼굴, 몸통, 손 등에 특징적인 피부 병변이 드러난다. 눈의 위쪽 눈꺼풀에 연한 보라색의 발진 때문에 화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손등 관절 부위에 특징적인 피부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봉입체근육염은 말단부 근육에 염증과 퇴행성 변화가 서서히 진행하면서 근육 위축과 근력 약화가 나타난다.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로 염증성 근육염도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주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필요시 추가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70~80%의 환자가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나마 증상이 개선된다. 김 교수는 "환자가 근력 회복을 체감하기까지는 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때는 골다공증, 위궤양, 체중 증가, 당뇨 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경과를 관찰하며 감량한다"고 설명했다.

염증이 근육 외에 내부 장기를 침범하는 경우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 위액이 넘어오는 역류성식도염, 설사나 변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간질성 폐 질환으로 숨이 차거나 심장을 침범해 심근염이 발생할 경우 심부전이나 부정맥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조기 대처가 더욱 중요하다. 김 교수는 "염증성 근육염은 질병 자체보다 심장, 폐 혹은 다른 전신적인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각 장기별로 합병증에 대처할 수 있는 다학제 협진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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