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TSMC도 꺾인다…K-반도체, 하반기 반등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06.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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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


"아직 가동률이 지난해의 60~70% 수준입니다. 하반기 주문량도 많지 않고요."



수도권의 한 반도체 기업 공장 관계자는 최근 생산 현황을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과 세트(완성품) 수요 반등으로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고객사의 재고조정 여파가 이어지는데다 수요 개선 폭이 크지 않아 실제 업황 반등 시기가 예상보다 미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2분기 실적은 악화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5% 줄어든 2128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영업손실 3조2217억원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영업이익 4조1926억원)에 비해 7조원 빠진 금액이며 3분기에도 2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반도체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고, 고객사들의 강력한 재고조정 기조가 완화됐으나 여전히 창고에는 반도체 재고가 가득 쌓여 있다.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3.35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 1.4달러까지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평균판매단가(ASP)도 15% 내렸다.

오는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주 요인으로는 예상보다 미미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효과, 여전한 주요 고객사의 재고조정 등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재고조정 여파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대체재로 지목됐던 자동차 애플리케이션도 하반기에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1위 타이지디엔(TSMC)은 이미 3분기 부진에 대비하고 있다.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 의결된 수치보다 96% 가까이 줄였다. 2분기 매출 가이던스(자체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한 약 20조원이다. 현지 업계서는 3분기 반등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젠슨 황 CFO가 직접 "고객들의 추가 재고 조정으로 인한 영향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TSMC 내부에서 돌파구로 여겼던 생성형 AI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 폭도 크지 않다. AI용 서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수요 증가와 감산 효과가 맞물리면서 주문량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고객사(엔비디아)를 제외하면 주문 증가 폭은 크지 않다. TSMC의 한 협력사 관계자는 "가동률, 인력충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주문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가 2분기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수요 증가 신호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감산 효과도 미미하다"라며 "반도체가 AI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의견이 갈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소비가 워낙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3분기 실적 반등은 시기상조라는 예측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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