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편견 박살낼 강한 여자들의 잔치, '사이렌: 불의 섬'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3.06.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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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여자 경호관? 싸움 잘하냐", "남경에겐 '형사님, 형사님' 하는데 여경에겐 '아가씨'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직 여성들은 성별 하나로 능력을 의심받곤 한다. 특히 육체적인 힘이 필요한 직업군에서 이런 경향이 심하다. 선입견을 넘어선 편견에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온 여성들이 칼을 제대로 갈았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소유한 여성들이 불꽃튀는 경쟁을 펼칠 장이 마련돼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가히 '피지컬: 100'을 능가하는 여자들의 전투 서바이벌, '사이렌: 불의 섬'이다.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은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모두 갖춘 여성 24인이 직업군별로 4명씩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생존 서바이벌 예능이다.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진짜의 이야기"로 보기 좋게 깨부순다. 실제 경찰, 경호, 군인, 소방, 스턴트, 운동 등 종사자들로 팀을 구성하여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은경 PD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알쓸신잡' 등을 연출할 당시 '진짜를 이길 수 없다'라는 걸 배웠다. 그래서 전문직 종사자분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고, 살아있는 이야기로 나올 것 같았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이은경 PD는 '백스피릿' '커피프렌즈'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 각종 리얼리티 예능을 연출했다. 채진아 작가 역시 '백스피릿' '윤식당' '삼시세끼' 등에 참여했던 실력자다.

영리하게 '직업별'로 팀을 나눈 덕에 신선한 재미는 자연히 따라붙었다. 6팀 6색 전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여 여자들만의 리그가 아닌, 성별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여성이 아니라 직업을 대표해 나온 분들"이라며 워낙 투철한 직업 정신,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참가자들이 모여 남녀 불문 시청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각자 색깔이 뚜렷한 팀전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선사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라는 예상 가능한 그림이 그려질 텐데 '사이렌: 불의 섬'은 웬만한 영화 뺨치는 촘촘한 서사를 자랑한다. 24인 모두 여성이 아닌 직업을 대표해 뛰어든 만큼 "센 놈이랑 붙자. 그게 멋있지"라는 강인한 마인드에 '으리으리한 의리'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배신과 음모로 재미 포인트를 살리는 기존 서바이벌과는 결을 달리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모든 편견 박살낼 강한 여자들의 잔치, '사이렌: 불의 섬'
모든 편견 박살낼 강한 여자들의 잔치, '사이렌: 불의 섬'
총 10부작 중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가운데, 5회는 '사이렌: 불의 섬'만의 매력이 폭발한 회차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연합 작전을 벌일 때도 단순히 힘을 합치는 게 아니라 직업적인 성격이 묻어나 흥미를 유발했다. 소방팀은 공습경보 후 급작스럽게 맞닥뜨린 운동팀에 "저희가 스턴트팀을 공격해 드릴게, 오늘 승리하세요"라며 단 3초 만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소방팀 리더 김현아는 "구급출동을 나가면 임기응변이 능해야 한다. 운동팀을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스턴트팀 집 먹어라'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바로 맨 앞으로 나서 제 등을 보였다. 그래야 신뢰를 얻으니까"라고 말했다.

소방팀과 운동팀의 연합으로 스턴트팀은 깃발을 빼앗기고 패했지만, 패배도 이토록 감동적일 수가 없다. 스턴트팀은 8명의 기습 공격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깃발을 지키려 고군분투, 경의를 표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남은 악을 쓰며 암호인 "감자! 감자!"를 외쳤고, 이는 동맹팀인 군인팀의 기지까지 닿았다. 군인팀 또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출동해 서사를 완벽하게 매듭지었다. 승패 결과를 떠나 과정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하며 온몸에 전율을 일게 했다.

모든 편견 박살낼 강한 여자들의 잔치, '사이렌: 불의 섬'
'나의 한계를 이겨내고, 너의 한계를 뛰어넘어라'라는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완벽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자극적인 마라 맛의 기존 서바이벌 예능에서 진일보한 '사이렌: 불의 섬'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앞으로 남은 5회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특히 탈락팀들이 '패자의 섬'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예고돼 다음화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악에 받친 목소리를 내며 경쟁은 한층 예측불가 상황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제작진이 "4샷 추가한 아메리카노"라고 공언한 훨씬 더 진한 '진짜 이야기'를 담은 '사이렌: 불의 섬' 6~10회는 오는 6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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