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의 숨바꼭질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3.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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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총총]

편집자주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의 한주의 현장 활동을 '총'정리하고, 그들의 행보('총총'걸음)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한국 기업들이 나아갈 길을 점검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06.01.[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06.01.


재계 총수들의 일정을 따라붙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출입기자들은 공개된 행사를 중심으로 현장을 커버한다.



국가적 행사의 경우 대규모 인원 참석에 따른 혼란을 줄이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기자단 풀(공동취재팀)을 구성하지만, 개별 기업이나 경제단체 행사의 경우 풀 마저도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상황이 생기다보니 재계 총수들과 기자들의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이 이어질 때가 많다. 특히 이슈가 있을 때는 더 그렇다. 재계 총수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무게 때문에 기자들을 피하는 경우다.



호암상 시상식 끝나고 이재용 회장이 사라진 이유
지난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湖巖)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랬다. 이 회장은 행사 시작 전에는 포토라인이 쳐진 동선을 따라 말 없이 입장했고, 행사가 끝난 후에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앞서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갓생(God生) 한 끼' 행사에 멘토로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정 회장은 입장과 퇴장 모두 비공개로 했다는 점이다. 비슷한 점은 모두 지하 주차장의 VIP 통로를 통해 퇴장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전경련 로비 대신 지하 2층 VIP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47층 행사장으로 이동했다가 행사가 끝나고 조용히 지하로 빠져나갔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가 진행된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 오후 3시 40분경 도착해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의 영접을 받으며 입장했다. 오후 4시부터의 시상식과 6시부터 시작된 만찬을 모두 마친 시간은 오후 8시 30분경. 이 때부터 현장에 남아있던 기자들은 입장 때 기자들의 질문에 답 없이 들어간 이 회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정현호 삼성전자 (80,900원 ▲500 +0.62%) 사업지원TF 부회장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SDI (339,000원 ▼4,500 -1.31%)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CFO) 등 계열사 사장들이 오후 9시 전후 신라호텔을 모두 빠져 나갔지만 이 회장은 이날 오후 9시 30분경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행사 직후 이 회장이 다른 통로를 통해 나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퇴장 때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VIP 엘리베이터를 타고 외부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때와 비슷한 이유다. 정 회장은 '전경련 회장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것 때문에 청년들에게 멘토링하는 프로그램(갓생 한끼)의 취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다는 게 현대차 (243,500원 ▼8,000 -3.18%)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회장도 한꺼번에 몰리는 차량 행렬의 문제와 더불어 행사의 초점이 자신이 아닌 수상자들에게 맞춰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을 기다리던 기자들은 이날 저녁 별소득 없이 발길을 돌렸다.

최태원 회장의 모자, SK·대한상의·부산엑스포유치민간위원회·SK농구단·한국핸드볼연맹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중앙)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본사에서 열린 'SUPEX추구상' 시상식에서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5.31/사진제공= SK하이닉스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중앙)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본사에서 열린 'SUPEX추구상' 시상식에서 임직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5.31/사진제공= SK하이닉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은 본의 아니게 숨바꼭질을 한 경우다. 최 회장은 본인이 쓴 감투(모자)가 여러 개이다보니 근무 장소가 여러 곳이다. 대표적인 것이 SK 서린빌딩과 남대문 대한상의 건물이다.

최 회장은 업무의 효율을 위해 통상 수요일 오후(화요일인 경우도 있음)엔 상의 업무를, 나머지는 SK 업무를 본다. 그런데 이번 화요일과 수요일엔 상의회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를 기다리던 출입기자들이 허탕을 쳤다. 대신 금요일(2일) 오후 SK 서린빌딩에서 엑스포유치 활동과 상의의 주요 업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상의로 가는 대신 30일엔 서린동 SK (149,400원 ▲4,700 +3.25%)본사에서 수펙스추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고, 같은 날 새로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핸드볼연맹(KOHA) 총재직도 맡았다. 31일에는 SK농구단 구단주에도 이름을 올렸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바쁜 일정으로 SK 본사에서 상의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줄였다. 덕분에 상의 출입기자들은 지난주 그를 볼 수 없었다.

한편 지난 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시간에 의외의 재계 총수들이 이 자리에 나타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LS (115,700원 ▼4,100 -3.42%) 이사회 의장)과 박정원 두산 (163,400원 ▼8,600 -5.00%) 그룹 회장이 신라호텔에서 만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구 회장과 박 회장은 사돈지간으로 이날 가족 모임차 신라호텔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구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와 박 회장의 장녀인 박상민씨도 함께 했다. 구 회장은 "사돈댁과의 가족 모임이다"며 "무슨 일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냐"고 되묻기도 했다.

구 회장은 이날 오전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스타트업 혁신페어인 '넥스트라이즈 2023, 서울' 행사를 이끌기도 했다. 구 회장은 개회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올해 넥스트라이즈는 외형적 성장에 걸맞게 국내외 스타트업, 대중견기업, 투자사들이 모여 성장과 혁신을 도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원 HL 그룹 회장과 백지연 전 앵커 사돈 맺다...범현대가 총결집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 열린 차녀 정지수 씨와 백지연 전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 씨의 결혼식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6.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 열린 차녀 정지수 씨와 백지연 전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 씨의 결혼식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6.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다른 재계 가족 행사로 눈길을 끈 곳은 HL 그룹이다. 정몽원 한라그룹(HL그룹)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와 백지연 전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 씨가 2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범현대가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신부 정지수 씨의 당숙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규 HDC (9,650원 ▲780 +8.79%) 회장(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이 식장을 찾았다.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신부의 육촌인 정의선 회장,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부부 등도 함께 했다.

이밖에도 지난 한주 재계 총수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진에게 지분을 일부 넘기면서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 지분이 소폭 줄었다. 30일 롯데지주는 신 회장이 광윤사 지분 중 타마츠카 대표에게 10주(0.03%),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 아키모토 세이이치로에게 10주(0.03%)를 각각 넘겼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광윤사 지분 보유율은 지난해 공시(39.03%) 대비 0.05%포인트(p) 줄어든 38.98%가 됐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29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HD현대 (80,900원 ▲2,000 +2.53%) 글로벌R&D센터(GRC)에서 서울대 기계공학부 학생 150여명을 초청해 '커리어 멘토링' 행사를 열었다. 올해 1월 시작해 총 8차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같은 전공의 동문 선배 직원들이 직접 멘토링하는 행사다.

LS그룹이 지난달 초 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 'LS티비'에 공개한 디지털 광고가 3주 만에 누적 조회수 500만회 돌파했다. 구자은 LS 회장은 배우 임원희씨를 모델로 기용한 유튜브에 카메오로 출연해 "LS는 글로벌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공군출신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서울 대방동 공군호텔에서 공군 하늘사랑 장학재단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하늘사랑 장학재단은 훈련 중 순직한 공군 조종사 유자녀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설립됐다.

1961년 입대한 이 회장은 군 생활 5년 반 동안 매끼 2인분의 식사를 제공받았다며 자신에게 도움을 준 군의 배려를 되갚는다는 생각으로 공군에 기여했다. 또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라며 뒤늦게라도 사례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유튜브에 카메오로 출연한 구자은 회장...100억 기부한 이중근 회장
유튜브에 카메오로 출연한 구자은 LS 회장/사진제공=LS티비 캡쳐유튜브에 카메오로 출연한 구자은 LS 회장/사진제공=LS티비 캡쳐
재계 20위(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기준) 중흥그룹의 정원주 부회장(정창선 중흥 회장의 장남)은 지난 1일 대우건설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중흥그룹이 지난 2021년 12월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재계서열 36위인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은 한국해운협회장 자격으로 지난 31일 경주엑스포공원 내 벽결공연장에서 진행된 '제 28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재계서열 43위 넥슨 고 김정주 창업자의 유족들은 지난 1일 상속세 4조 7000억원을 납부할 목적으로 비상장 NXC 지분 29.3%(85만 2190주)를 국세청에 물납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NXC의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창업자의 부인인 유정현 이사 등 유족들은 6조원대의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어 주식으로 내는 '물납'을 선택했다.

김준기 DB (1,160원 ▲15 +1.31%) 창업 회장과 김남호 DB 회장은 지난 1일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 펀드)로부터 DB하이텍의 거버넌스를 선진화하라는 주주서한을 받았다. 이 서한에서 KCGI는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사와 김남호 회장의 책임경영을 요구했다. DB 측에선 KCGI가 부자지간을 나눠 공략함으로써 내부의 분란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170,900원 ▼6,300 -3.56%)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은 272억원 규모의 이니스프리 지분 2만 3222주(9.5%)를 서경배과학재단에 1일자로 기부했다. 서 회장이 지난 2016년 9월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이 재단은 생명과학 분야의 한국인 신진과학자를 선정해 연구비를 장기적으로 지원한다.

재계 59위 대방그룹의 구교운 회장은 국제로타리클럽 3640지구 총재 자격으로 지난 27일부터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14차 2023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 참석해 회원증가 1위상을 수상했다. 국제로타리 520개 지구 가운데 가장 많은 회원을 늘려 이 상을 받았다.

재계 65위 동국제강 (8,340원 ▲200 +2.46%)그룹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 3개사로 분할 출범한다고 밝혔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동국홀딩스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장세욱 부회장은 장세주 회장과 함께 전략 컨트롤타워 동국홀딩스에서 그룹 미래 성장전략을 구상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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