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따로…전 시킨대로 했어요" 경찰에 잡힌 정유정의 거짓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3.06.03 20:26
글자크기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의 집으로 가 캐리어를 챙겨 다시 범행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정유정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영상=KBS 보도화면 갈무리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의 집으로 가 캐리어를 챙겨 다시 범행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정유정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영상=KBS 보도화면 갈무리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경찰에 붙잡혔을 당시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며 거짓말로 경찰을 속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새벽 경찰에 붙잡힌 이후 첫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정유정은 당시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이 사람이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체포돼 오면서 횡설수설하는 등 믿을 수 없는 말을 계속했다"며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거나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그랬다'는 등 범행을 부인하다 증거가 나오고 가족이 설득하니 결국 자백했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지난 5월26일 오후 5시30분쯤 부산 금정구 소재 피해자 A씨(20대·여)의 집에서 A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범행 이틀 전 과외 중개 앱을 통해 혼자 사는 A씨에게 '자녀의 과외 교사를 구한다'는 이유로 접근했고 당일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A씨의 집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일 부산경찰청은 '부산 또래 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23)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제공=부산경찰청지난 1일 부산경찰청은 '부산 또래 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23)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제공=부산경찰청


정유정은 범행 직후 마트에서 락스와 비닐봉지 등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챙긴 뒤 A씨의 집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정유정이 캐리어를 끌고 A씨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찍힌 CCTV(폐쇄회로TV)에는 마스크를 끼고 검은색 치마를 입은 정유정이 머리를 펄럭이며 어깨를 흔들거리는 넓은 걸음으로 성큼성큼 걷는 모습이 담겼다.


정유정은 다음날인 27일 새벽 0시50분쯤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보관한 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이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정유정은 당일 오전 6시쯤 한 병원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시신을 유기한 풀숲은 평소 정유정이 자주 산책을 간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범행 석달 전부터 인터넷에 살인과 관련한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 살인하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 충동이 생겨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달 2일 오전 검찰 송치 전 부산 동래경찰서 앞에서 실종 사건으로 위장하려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정유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유정은 이 사건 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거나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