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은 국민들이 개고기 먹어…개가 아니라 사람이 학대당해"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3.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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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복날은 간다④

편집자주 복날이 돌아온다. 보신탕 애호가들의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통령 부부는 개 식용에 반대하고, 국회와 서울시 의회에선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과 조례안이 발의됐다. 대한민국 견공들과 관련 업계의 운명이 걸린 논쟁이 시작된다.

 대한육견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022년 4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식용개 관련업 종사자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한육견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022년 4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식용개 관련업 종사자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학대당하는 건 개가 아닌 사람입니다. 동물보호단체가 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어요."



개 농장과 개고기 유통업체를 25년간 운영한 사장 송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송씨는 "동물보호단체가 작업장(개 도축장 및 농장)을 5번 덮쳐 5번 이사했다"며 "한 번 이사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2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와 법적 다툼을 이어가며 변호사 수임료만 3억원을 썼다"며 "지난 15년간 손해만 13억원"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개고기를 먹고 있다"며 "식단 선택은 각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개인은 식단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고기를 먹고 안 먹고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며 "개 식용이 싫다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혐오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개 식용'을 두고 관련 법규를 통한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한육견협회 등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개고기를 팔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례안도 발의됐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의 "개식용을 임기내에 종식하겠다"는 발언과 관련, 공개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을 서면으로 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의 "개식용을 임기내에 종식하겠다"는 발언과 관련, 공개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을 서면으로 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생존권투쟁위원장은 2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수천 년 동안 먹어온 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인 식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용 개는 처음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키워지기 때문에 반려견과 다르다"며 "애완용 물고기를 키우면서도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회 떠 먹지 않냐"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또 "소비가 있으니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이고 소비가 줄면 자연적으로 소멸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한 '식용 개 사육·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식용으로 연간 개 38만8000여 마리가 소비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 기준 식용 개 농장은 전국 1156개였으며 보신탕 등 개고기를 파는 음식점은 1666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9월28일 28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지난 2021년 9월28일 28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충남에서 8년째 보신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 안모씨(60대·남)은 "대도시에서 보신탕 음식점이 소멸하니까 손님들이 지방으로 온다"며 "'국내에서 못 먹게 하면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에 가서 먹고 오겠다'고 말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안씨의 음식점은 연평균 2억~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개고기인 보신탕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안씨는 "사찰·궁중 등 여러 식문화가 있지 않냐"며 "보신탕은 건강식품이고 전통음식이기 때문에 하나의 요리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보호단체와 정치인들이 개고기에 대한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웠다"며 "실제로는 도축과 유통과정이 소·돼지보다 위생적"이라고 했다.

개고기 유통업체 사장 송씨는 "개 도축 방법도 국민 정서에 근접하기 위해 돼지와 똑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며 "질식시킨 뒤 방혈한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를 체내에 주입해 마취를 유도하고 이어 호흡정지를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방식이다. 전기 충격 등의 강압적인 방식보다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4월27일부터 시행되면서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비롯해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는 것도 동물 학대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사실상 개 도살·도축이 불법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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