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비 3000원 없어 사람 죽였다…잡고보니 17세때 이미 '연쇄살인'[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3.06.0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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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7년 대전의 백합다방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한 뒤 돈을 훔쳐 달아난 오이균의 몽타주. /사진=뉴시스, 경찰 제공2007년 대전의 백합다방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한 뒤 돈을 훔쳐 달아난 오이균의 몽타주. /사진=뉴시스, 경찰 제공


"대전에서 서울 영등포로 가야 하는데…차비 3000원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16년 전인 2007년 6월 4일, 경기 광명에서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오이균(당시 35세)은 조사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이균은 검거되기 50여일 전에 대전의 백합다방에서 40대 종업원 A씨를 살해하고, 또 다른 종업원 B씨에게 상해를 입힌 뒤 도주했다.



백합다방 살인 사건은 수사 초기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자칫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DNA 분석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과학수사 기법이 빛을 발하며 "이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는 수사기관의 다짐을 뒷받침해준 셈이다.

흉기 들고 영업 전인 다방서 범행…경찰은 몽타주 배포
2007년 대전 백합다방 살인 사건 현장의 모습. /사진=SBS 교양 공식 유튜브 채널 '달리' 캡처2007년 대전 백합다방 살인 사건 현장의 모습. /사진=SBS 교양 공식 유튜브 채널 '달리' 캡처

오이균은 2007년 4월 15일 오전 9시쯤 대전 백합다방에 들어갔다. 당시 다방 안은 영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이때를 틈타 오이균은 종업원 A씨에게 다가가 흉기로 찔렀다.

A씨는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로 도망갔다. 오이균은 A씨를 쫓아가 살해한 뒤 시신까지 훼손했다. 다방 카운터에서 현금까지 훔친 오이균은 뒤이어 가게로 들어오던 B씨와 마주쳤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B씨를 향해 오이균은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B씨는 복부에 큰 상처를 입었으나 목숨을 잃진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 조사와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범인의 몽타주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범인의 정체를 몰랐기 때문에 약 175㎝ 키와 짧은 스포츠 헤어, 검은 테의 안경 등 단편적인 정보만 공개 수배서에 적혔다.

'부계 유전' Y염색체 분석으로 용의자 특정
부계 유전되는 Y염색체 설명 자료. /사진=SBS 교양 공식 유튜브 채널 '달리' 캡처부계 유전되는 Y염색체 설명 자료. /사진=SBS 교양 공식 유튜브 채널 '달리' 캡처
경찰은 백합다방 주변의 CCTV 분석을 통해 범인이 금강 주변을 따라 도주했을 것으로 예측, 주변 지역에 대한 수색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도로에서 피 묻은 휴지를 찾아냈다.

이어 다방에서 약 1.5㎞ 떨어진 장소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점퍼도 수거할 수 있었다. 중요 증거물인 휴지와 점퍼는 국과수에 감정 의뢰됐다.

범인의 DNA를 확보한 국과수와 경찰은 대조 분석할 후보군 추리기에 나섰다. 국과수가 먼저 자체 보관하고 있던 전과자 1000여명의 Y염색체와 범인의 Y염색체를 대조했다.

Y염색체는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 유전되는 것으로, 이를 통한 분석으로 대조되는 DNA가 확인될 경우 범인의 성씨를 특정할 수 있다. 국과수 분석 결과, 백합다방 범인의 Y염색체가 오씨 성을 가진 2명의 남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에 오씨 집성촌이 있는 것을 파악,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추가 감정을 진행했다. 결국 경찰은 오이균이 범인이란 사실을 밝혀냈고, 사건 발생 50여일 만에 그를 붙잡았다.

전과 기록 검색한 경찰 '경악'…연쇄살인범이었다
경찰에 검거된 후 백합다방을 찾아 현장 검증하고 있는 오이균의 모습. /사진=SBS 교양 공식 유튜브 채널 '달리' 캡처경찰에 검거된 후 백합다방을 찾아 현장 검증하고 있는 오이균의 모습. /사진=SBS 교양 공식 유튜브 채널 '달리' 캡처
오이균을 검거한 경찰 측은 그의 전과 기록을 검색한 뒤 경악했다. 오이균이 10대 때 이미 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도 백합다방 사건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1989년 1월, 당시 17세였던 오이균은 충남의 한 야산에서 60대 여성을 살해 후 암매장했다. 같은해 5월에도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고, 8월에는 7세 여아를 살해하고 산에 묻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오이균은 피해자 3명 모두에게 성범죄도 저질렀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오이균은 미성년자라는 점이 참작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5년 만기 출소했는데, 사회로 돌아온 지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살인 범죄를 일으킨 셈이다.

백합다방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오이균에 대해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형수는 가석방이 불가해 평생을 감옥에 갇혀 살지만, 무기징역은 형기 20년을 채우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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