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쿠폰으로 흥했지만, 결국엔 할인쿠폰이 발목을 잡았다 [티타임즈]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23.06.0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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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랑한 '가정용품의 천국'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왜 파산했나

1971년 창업한 '베드 배스 앤 비욘드'(Bed Bath & Beyond)는 가정용품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축구장만 한 넓은 매장에 냄비, 수건, 침구류 등 온갖 가정용품을 쌓아놓고 판다. 200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는 이 매장에서 물건을 산다는 것이 독립해서 성인이 됐다는 것을 의미했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곳이다.



그런데 2023년 4월 23일 베드 배스 앤 비욘드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자산은 44억 달러, 부채는 52억 달러에 달한다. 2017년 미전역에 1,000개가 넘었던 매장은 파산보호 신청할 시점 360개로 쪼그라들었다.

미국을 상징하던 이 회사가 어쩌다 파산에 이르게 됐는지, 그 실패 원인을 분석해본다.





BBB는 왜 실패했을까 ① 쿠폰 중독의 역설
베드 배스 앤 비욘드를 상징하는 20% 할인쿠폰은 고객을 매장에 불러들인 일등 공신이었다. 할인쿠폰을 받은 고객이 매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온갖 상품을 구경하게 되고, 원래 계획보다 많은 돈을 쓰고 가는 것을 노렸다.

하지만 연간 10억 장의 쿠폰이 미전역에 뿌려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사용기한이 만료된 쿠폰도 기꺼이 받아주었다. 한 번에 여러 장의 쿠폰을 적용해 할인을 받을 수도 있고, 쿠폰을 가져가지 않아도 나중에 영수증과 함께 쿠폰을 제시하면 할인된 만큼 환불을 해주었다. 심지어 쿠폰이 없어도 직원 재량으로 할인을 해주기도 했다.

쿠폰의 역할은 사용기한을 정해 놓아서 매장에 자주 들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때나 쿠폰을 내밀어도 되니 사람들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쓸 때를 위해 쿠폰을 수십 장씩 모아두기 시작했다. 쿠폰 없이는 베드 배스 앤 비욘드의 상품이 비싸게 느껴지고, 한 번 갈 때 쿠폰을 몽땅 사용해 할인받는 게 당연해졌다. 회사는 점점 상품을 정가에 판매하기 어려워졌고 이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BBB는 왜 실패했을까 ② 온라인 늑장 대응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익숙했던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온라인 쇼핑의 시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월마트, 타깃, 베스트바이 등은 발 빠르게 온라인 쇼핑몰 구축에 나섰지만,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매장을 늘리고 다른 경쟁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는 데만 집중했다.

뒤늦게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쿠폰 사용이 불편해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게다가 아마존에서 쇼핑하는데 익숙해진 고객들은 이제 매장에 가더라도 쿠폰 적용이 가능한 제품만 사고 다른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매장에서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결국 매출과 순이익이 줄기 시작했고 2018년을 기점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여기에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온라인 전환에 늦었던 베드 배스 비욘드에 직격탄이 됐다. 온라인 주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도로변 픽업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가정용품이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대표적인 카테고리라는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 전환이 늦었던 것이 베드 배스 앤 비욘드의 가장 큰 실책이라 할 수 있다.

BBB는 왜 실패했을까 ③ 정체성을 잃게 만든 PB상품
2019년 베드 배스 앤 비욘드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CEO 자리에 오른 마크 트리톤은 경쟁 유통사 '타깃'(Taget) 출신이다. 타깃은 유통회사가 직접 개발해 유통하는 'PB'(Private Label Brand) 상품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회사다.

PB상품 개발은 원래 유통업계의 필승 전략이다. 상품보다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독점 상품이기 때문에 입소문만 나면 고객을 불러들이는 효과도 크다. 하지만 PB상품은 배스 앤 비욘드에 오히려 패착이 됐다. 타깃과 달리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PB 상품 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갖춰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브랜드를 개발하면서 실망스러운 제품이 출시됐다.

게다가 PB상품 개발은 모든 베드 배스 앤 비욘드 매장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버렸다. 고객들이 좋아하던 지점별 개성 있는 큐레이션과 보물찾기 같은 매장 탐색 경험이 사라지면서, 베드 배스 앤 비욘드는 더 이상 갈 이유가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진=티타임즈/사진=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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