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구급차 뺑뺑이' 사망 사고…공공의대 설립법이 해결책될까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3.06.0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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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뉴스1 DB/뉴스1 DB


최근 의료공백으로 진료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공공의대 설립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으로 의사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정치권의 지역 의대 유치 전쟁으로 번지면서 진전이 없었던 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재차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정의당은 1일 국회 본청에서 의사수 부족 현장 사례발표 및 공공의대 설치법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공공의대 설립 관련 법안 발의에 앞서 의료단체 등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강 의원이 준비 중인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대와 공공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공공의대를 졸업 후 의사가 되면 지정된 공공의료 기관에서 10년 간 의무복무해야 한다.

강 의원 안은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하는 지역을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전라남도 순천과 목포 등 특정 지역 국립대에 의과대학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대표 발의자는 모두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다. 통상 지역구에 대한 선심성 공약으로 추진돼온 데다 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이들 법안 논의는 현재까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인력확충 논의를 본격화하고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도 다시 공공의대 설립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인천광역시도 지자체 차원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안동시의회도 안동대에 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대통령실과 국회,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하기도 했다.

응급실응급실
잇따른 '응급실 뺑뺑이' 사고도 관련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진료해줄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약 2시간 동안 병원 12곳을 돌았는데, 각 병원마다 병상이 없거나 응급수술 여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에도 대구에서 10대 청소년 환자가 건물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뒤 구급차로 이송 중 사망했다. 이 환자 역시 진료를 받을 병원을 찾기 위해 두 시간 반 가량 헤매다 숨을 거뒀다.

이날 공청회에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점점 심각해지는 의사 수 부족 문제는 이제 지방과 일부 과를 넘어 국가의 의료붕괴를 논해야 하는 지경"이라며 "지방에서 서울로의 '원정 진료',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이 이제 당연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사 인력 확보와 공공의대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정원의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들었다. 세종시와 전라남도는 의과대학이 없으며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근무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가 공개한 2020년 4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지역 의대 졸업자 중 모교가 있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24%에 불과했다.

임 교수는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 인력의 지역간 격차가 큰 상황"이라며 "단순히 지역의 보건의료 인력 확충 차원에서 의사를 양성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면서 지역의 공공보건의료 역량을 제고할 의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력 양성에 시간이 걸리므로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다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원 40~50명인 소규모 의대 정원 증원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필수의료 전공과목에 대한 의료 수가 조정 △의료인 간 적절히 업무범위를 위임·조정해 업무부담을 줄여줄 것 등의 대안을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표심용 공약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대 유치를 원하는 지역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해서 필요한 지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여론이 조성돼야 한다"며 "지역 간 경쟁이 아닌 연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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