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 전망에 식품업계 "원가 또 오를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06.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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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엘니뇨 전망에 식품업계 "원가 또 오를라"


올해 하반기 역대급 엘니뇨 발생 전망이 나오면서 밥상물가를 뒤흔들 지 관심이 커진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날씨 변화로 평년에 비해 농작물의 작황이 나빠진다. 가뜩이나 오른 식료품 물가를 또 한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식품업계는 수입다변화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원재료 가격변화를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게 공통된 설명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최근 전망한 7~9월 엘니뇨 발생 가능성은 80%다. 엘니뇨는 태평양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1950년 이후 23번 발생했는데 절반 가량이 여름에 발생했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대륙이나 지역별로 집중호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가뭄이 들기도 하며 이상 고온이나 저온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주로 고온다습하고 특히 남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다.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농작물 작황이 나쁘다. 일정한 기온과 일조량, 강수량이 뒷받침돼야 하는 농작활동에 이상기후는 최악의 불청객인 탓이다. 일례로 우리의 경우 18~20도에서 작황이 좋은 배추 농사에 엘니뇨는 매우 불리한 환경을 만든다. 특히 국내 식품기업의 김치는 국내산 배추만을 쓰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식이다. 종가 김치를 제조 판매하는 대상 관계자는 "15년전 대비 배추농가 재배면적이 40% 수준으로 낮아졌고 재배인구의 노령화로 생산성도 낮아졌다"며 "하우스 재배를 연구 중이지만 아직까지 환경 변화에는 취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로 가뭄이 발생하는 호주, 인도, 동남아 국가들의 의존도가 높은 작물이 가격이 오른다. 호주의 밀, 인도의 설탕, 말레이시아의 팜유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2002~2003년 엘니뇨 발생 때는 밀, 옥수수, 쌀, 대두의 국제가격이 급등했고 신선채소의 경우 분기별 40~50% 뛰기도 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국제 설탕 가격이 수요 증가와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 2023.4.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국제 설탕 가격이 수요 증가와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 2023.4.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는 옥수수와 콩류의 가격은 안정세지만 설탕의 오름세가 심상치않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설탕의 국제원료가격은 2019년 톤당 333.61달러에서 올해 평균 619.06달러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의 7월 인도월 기준 가격은 톤당 706.8달러다. 지난달 27일 720.1달러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기후변화로 커피, 꿀 등의 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올라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확시기를 앞당기거나 대체 생산지를 찾는 등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예측이 쉽지 않고 효과도 크지 않아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가격인상 계획은 시나리오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지만 엘니뇨가 글로벌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면 또 한번 가격인상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SPC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산지 다변화와 원료 선도구매, 안전재고 확보, 대체원료 개발을 통해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이상기후 상황에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SPC는 밀이나 신선채소를 많이 사용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입다변화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낵류의 3분의 1을 감자 원료로 하는 오리온의 경우 원재료 공급이 제한적이다. 현재 수입감자는 병해충 유입 우려와 국산농가 보호 등의 이유로 미국과 호주 특정 주만 수입을 허용한다. 식물방역법은 감자 외에도 벼, 당근, 가지, 고추, 감, 토마토 등을 수입 금지 식물로 지정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감자는 국산 60%와 수입 40% 비중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수입제한으로 원료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작황이 나빠져도 대체재가 없고 해상운임도 높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2015년 6월2일(현지시간) 엘니뇨 여파로 가뭄이 닥쳐 온두라스 로스 로렌스 저수지가 말라붙었다. 과학자들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라니냐가 소멸하고 엘니뇨가 찾아와 2023년 전례 없는 폭염이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06.0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온두라스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2015년 6월2일(현지시간) 엘니뇨 여파로 가뭄이 닥쳐 온두라스 로스 로렌스 저수지가 말라붙었다. 과학자들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라니냐가 소멸하고 엘니뇨가 찾아와 2023년 전례 없는 폭염이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06.02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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