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기업들은 "비수도권 어려워" 맞서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3.06.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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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클라우드 데이터센터.NHN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을 놓고 정부와 민간기업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력효율화와 지방균형 발전차원에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반면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고객사들의 수요와 긴급상황시 대응을 위해서는 수도권 배치가 현실적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의 후속조치로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에 착수했다. 분산법은 신규 대규모 전력소비시설의 전력계통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고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 데이터센터 수도권집중 완화 유도
정부가 이처럼 분산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9년까지 전체 데이터센터의 86.3%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린다. 이들은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의 85.8%까지 사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경우 그만큼 전력 공급을 위한 고압송배전 설비가 필요한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현재 지역별 전력자급률(전력 생산량을 소비량으로 나눈 것)은 서울이 10%, 경기도가 60% 정도다. 반면 중부권과 호남권, 영남권, 강원권은 모두 100%를 훌쩍 넘는다. 데이터센터가 인구가 가장 밀집된 수도권 외부에 들어설 경우 상대적으로 혐오시설 논란도 완화될 수 잇다.

정부는 판교처럼 데이터센터 집중 지역에 화재나 지진, 전시상황 등이 발생해 데이터 손실, 인터넷 지연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가적 재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2022년 10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카카오톡·카카오페이 등 서비스가 중단돼 일반 국민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네이버 데이터센터

정부는 분산법을 통해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지리적 집적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으로 데이터센터 입지 분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협업해 세제·투자 지원 및 보조금 지원 등 패키지로 데이터센터 입지 분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정부 방침에 발맞춰 관련 법안들을 발의하고 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데이터센터 구축 시 발전소와의 근접성, 국토 균형발전 등의 요소를 적극 반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능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에 대해 송전비용 문제, 송전탑 건설 등의 환경문제, 국토균형발전 역행 문제 등 비판이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IT기업들 문제의식 공감하나 현실에 안맞아..추가 혜택 줘야
반면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지방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짓게 하려면 사업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가까운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면서 사고 발생 시 즉시 인력이 투입돼 조치를 취할 수 있길 원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지방에 부지를 구해 데이터센터를 짓는 게 상대적으로 더 쉽겠지만 사업적인 면을 생각했을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최근 주목받는 지역이 부산인데 해저 케이블이 깔리고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만들어지고 있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하지만 금융사 등 고객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물리적 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향후 지방분산 대책으로 인해 전력요금 같은 세제 혜택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에게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당연히 분산돼 있을수록 사고방지에 좋겠지만 정부는 사고발생 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리하면 되는 것이고 사고방지 노력은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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