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앞 현수막./사진제공=독자](https://thumb.mt.co.kr/06/2023/06/2023060111035684024_1.jpg/dims/optimize/)
1일 업계에 따르면 집시법 상 '집회' 또는 '시위'를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모여야 한다. 현수막을 지자체 신고 후 지정 게시대에만 내걸 수 있는 1인 시위와 달리 다수 집회 시에는 옥외집회(시위·행진) 신고서에 준비물로 기재만 하면 숫자 제한 없이 신고 기간 동안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다.
옥외광고물법 상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에 게시를 신고한 뒤 지정된 게시대에 걸지 않으면 모두 불법으로 철거 대상이 되지만 집시법상 집회 준비물로 인정되면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숫자에 제한이 없다. 시위 장소를 뒤덮은 현수막이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고 주위 경관을 훼손시켜도 불명확한 단속 규정 탓에 집회 기간 설치된 현수막은 실제 개최 여부에 상관없이 철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도 A씨는 사실상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공동대책위 명의로 관할 경찰서에 매일 2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개최한다고 신고하고 있다. A씨 외에 K사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B씨, S병원 정문 앞에서 역시 1인 시위를 진행중인 C씨 등도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로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 앞 시위현장에 설치됐던 스피커./사진제공=독자](https://thumb.mt.co.kr/06/2023/06/2023060111035684024_2.jpg/dims/optimize/)
이와 반대로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를 참여자 간 거리를 두는 등의 변칙적인 방식을 동원해 1인 시위로 가장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2년 삼성일반노조는 다른 집회가 신고되어 원하는 장소에서 집회를 열 수 없게 되자, 최대 30미터 간격을 두고 각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방식으로 시위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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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는 장소 제한이 없어 다른 집회 신고가 되어있는 곳에서도 자유롭게 시위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노조 측은 자발적 1인 시위를 주장했으나 당시 사용된 피켓은 모두 노조가 제작했고, 참가자들은 사전 연락을 통해 목적과 방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시법 상 소음 규제를 피하기 위해 1인 시위를 가장하는 경우도 있다. 소음을 통해 시위 대상에게 고통과 불편을 끼치려는 경우에 주로 활용되는 수법이다. 1인 시위는 주간 평균 65데시벨(dB), 야간 평균 60데시벨로 규정된 집시법 상 소음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법 규정의 허점을 노려 규제 사각지대를 넘나드는 변칙적인 시위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법조계 전문가는 "관할 지자체 등이 실제 집회 참여 인원 확인 등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신고 내용과 다른 집회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집회 개최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해 무분별한 1인 시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영국 '경찰, 범죄, 양형 및 법원에 관한 법률(PCSCA·Police, Crime, Sentencing and Courts Act 2022)'에 의하면 1인 시위자가 발생시키는 소음이 주변 기관 또는 단체의 활동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중대한 피해를 끼치는 경우 경찰은 해당 시위를 제한하는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부과된 1인 시위 조건을 위반할 경우 당사자는 형사 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위법적인 1인 시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다양화하는 변칙 1인 시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법 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집회 결사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다중 1인 시위' 또는 '편법 집회 신고' 등 법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변칙 1인 시위로 고통받는 시민의 기본적 권리 또한 보호받아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