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디지털헬스] '폐암' 검진하다 '심질환'도 발견…AI 흉부 진단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6.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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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
2012년 카이스트 3인방 창업…'흉부' CT에 집중
수백장 CT 사진, 리포트로…환자 상담 효율성 ↑
7년째 韓 국가 폐암검진 사업 참여, 유럽서도 참여
폐결절 검출 솔루션 FDA 승인…韓 기업 최초
2025년 흑자 전환 목표…"글로벌 기업 되겠다"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이 사회 화두가 된지 5년이 지났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혁신이 요구되는 흐름이다. 제약·바이오, 의료 등 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업의 특성상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 고성장이 점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 대표주자들을 만나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흉부에는 폐, 심장 등 중요한 장기가 모여있어요. 저희 제품은 폐암 검진을 할 때 폐 결절만 찾는게 아니라 흉부 검진처럼 심장에는 문제가 없는지, 다른 질환이 있는건 아닌지 함께 볼 수 있거든요. 환자 입장에선 조기 진단을 보다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단 장점이 있죠."

[미리, 디지털헬스] '폐암' 검진하다 '심질환'도 발견…AI 흉부 진단


'본인 흉부 영상' 보여주면서 설명 가능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각자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회사의 흉부진단 AI(인공지능) 솔루션 '에이뷰 LCS'가 환자에 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김 대표를 포함해 카이스트 출신 3명의 엔지니어가 2012년 설립한 AI 기반 의료영상 솔루션 업체다. 흉부 CT(컴퓨터 단층촬영) 영상을 활용해 폐암 등 폐 질환을 진단하는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엑스레이(많은 의료AI 솔루션이 기반하는)는 2차원으로 사진이 한 장이지만, CT는 3차원 영상으로 사진이 수백 장이라 솔루션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특히 에이뷰 LCS는 진단에서 그치지 않고 환자가 이를 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3차원 기술을 가지고 있어 구현 가능했던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볼 수 있는 것은 폐암 검진 과정에서 촬영된 '본인의 흉부 영상'이다. "폐암 검진의 경우 결절이 나왔다고 다 암은 아니에요. 결과는 결절이 나왔다, 안나왔다로 알려주는데 환자에게 '결절이 나왔다' 결과만 알려주면 환자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거든요. '결절이 없다'만 알려줘도 되레 '괜찮네' 하면서 담배를 더 필 수 있고요. 환자에게 본인 영상을 가지고 정확한 상태를 알려주면 이해가 쉬워지게 되죠. 예컨대 폐기종 환자에는 망가진 폐의 부위를 색을 입혀 보여주는 식이에요.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에게 상태를 설명하기가 보다 용이해지고, 이 과정에서 환자 만족도가 올라갈 수 있단 이점을 누릴 수 있고요." 김 대표가 강조했다.

흉부 영상에 집중하다보니 처음 언급했던 '1석다(多)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설립부터 흉부 영상에 주력했다. 이후 판매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흉부 내에서 AI 솔루션을 추가 개발해 부착해나갔다. 그 결과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 심혈관질환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에이뷰 LCS 플러스, 간질성 폐질환이나 간질성 폐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에이뷰 렁 텍스쳐 등 제품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흉부 CT에는 폐, 심장, 척추, 근육, 지방 등이 다양하게 담긴다"며 "폐암의 경우 원인이 폐 안 결절일 수도 있고, 심장이나 골밀도 등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검사 한 번으로 여러가지를 살필 수 있다보니 제한적 시간에 정해진 목적에 맞춰 판독하면서 놓칠 수 있던 부분들을 챙길 수 있게 된다"고 했다.



2025년 해외 매출 1000만달러 목표
기술력은 인정받았다. 코어라인소프트는 7년째 국립암센터가 주관한 '국가 폐암검진' 사업자로 선정됐다. 2017년 시범사업(본사업은 2019년)부터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다. '국가 폐암검진' 사업은 2018년부터 시작된 코어라인소프트의 해외 진출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코어라인소프트는 프랑스·영국 등 유럽 6개국이 4년간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폐암 검진사업, 독일 하노버대학이 2년간 진행하는 폐암 검진사업의 솔루션 공급자로도 선정됐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폐암검진 사업을 하면서 쌓은 근거와 자신감을 갖고 해외 선진국 의료진을 설득했고 선택을 받았다"며 "특히 유럽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코어라인소프트는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매출이 41억원으로 전년대비 89% 증가했는데, 이를 이끈게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과다. 김 대표는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4%인데 여기에 만족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또 의료AI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가 잘 돼있어서 국내에서 잘 나가는 제품은 해외에서도 성공한다고 판단,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레퍼런스 확보(병원 2~3곳)→침투(5곳 이상)→확산(10곳 이상)' 단계로 해외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확산 단계로 자리를 잡은 시장은 대만이다. 작년까지 20곳 이상의 병원에 에이뷰 솔루션을 판매했다. 올해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시장이 확산 단계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올해 침투 단계로의 진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 2월 AI 기반 폐결절 검출 캐드로는 국내 최초, 전 세계 다섯번째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인증을 획득했다. 2025년까지 미국 폐영상 분야 1위 솔루션이 되겠단 목표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도 절반가량을 해외시장 침투에 쓴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실탄이란 설명이다. 김 대표는 "세계적 기업이 되려면 해외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해야하는데 아직 흑자를 내는 기업이 아니다보니 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장 후 2025년 '흑자 전환, 매출 200억원 이상 달성'을 달성하겠단 청사진도 제시했다. 특히 해외시장 매출 목표가 2025년 1000만달러(132억원)로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다. 김 대표는 "의료AI 기술로 세상에 기여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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