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위기가 '기회의 땅' 됐다…'새만금 2차전지 산단' 완성한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3.06.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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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산업단지·수변도시·기반시설 건설 속도 높여…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기업 투자유치 확대

올해 4월 준공된 이피캠텍 새만금 제2공장 외부 모습 /사진제공=새만금개발청올해 4월 준공된 이피캠텍 새만금 제2공장 외부 모습 /사진제공=새만금개발청


"새만금은 우리나라 2차전지 산업 전 과정을 책임지는 특화지역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둘러본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2차전지 소재 전문업체 이피캠텍의 제2공장은 전기차용 2차전지 전해질(LiFSI) 생산 준비에 한창이었다. 올해 4월 준공된 해당 공장은 새만금 산단에 첫 번째로 준공된 2차전지 핵심소재 생산시설이다. 새만금 산단에서는 LG화학·절강화유코발트,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14개 2차전지 업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시설투자를 추진 중이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GM공장 폐쇄로 군산 일대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에 새만금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싹트는 모습이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이날 이피캠텍 생산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새만금에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 등 소재부터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분야까지 2차전지 가치사슬(밸류체인) 형성을 위한 핵심 기업들이 고루 포진해 있다"며 "2차전지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해 상승효과(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기업·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피캠텍 새만금 2공장은 아파트 16~17층(47m) 정도 높이의 4개 층으로 이뤄진 전해질 생산시설이었다. 층별로 나눠진 공정 단계에 따라 전기차용 2차전지에 쓰이는 전해질이 만들어졌다. 이피캠텍은 앞서 자체 기술개발로 2차전지 핵심소재 중 전해질, 분리막 코팅제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2공장은 기술 국산화에 이어 대량 양산체제를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연간 전해질 생산능력은 1공장(120톤)의 12배 수준인 1500톤으로 추산된다. 이성권 이피캠텍 대표는 "새만금 2공장 가동으로 연간 전해질 생산량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피캠텍 새만금 제2공장 1층 실내 생산설비 모습 /사진제공=새만금개발청이피캠텍 새만금 제2공장 1층 실내 생산설비 모습 /사진제공=새만금개발청
새만금 1년 새 28개 기업·4조1760억원 규모 시설투자 협약…2차전지 산업 중심지 급부상
새만금은 서울 면적 3분의 2, 여의도의 140배 크기(409㎢ )에 해당하는 바다를 메운 간척지다. 전체 개발 면적(291㎢) 중 현재까지 매립 면적은 48%(140㎢) 수준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 새 새만금 산단에는 28개 기업이 시설투자 협약을 맺었다. 투자유치 규모는 4조 1760억원에 달한다. 새만금청이 생긴 이후 9년간 투자유치 금액 1조4740억원(33개사)의 약 3배 규모다. 지리적·물리적·행정적으로 제약이 적다는 이점이 컸다. 국정과제인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확대·지정'을 통해 앞으로 입주기업에 법인·소득세를 최장 5년간 면제·감면할 방침이다. 세제 혜택을 위한 기업 최소 투자금액도 5억~20억원으로 낮췄다.



특히 LG화학·절강화유코발트,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중국 GEM 등 국내 대기업과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2차전지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 중이다. 현재까지 14개사가 입주를 결정했다. 산단 곳곳에서는 에코앤드림, 덕산테코피아, 하이드로리튬 등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이 이피캠텍처럼 생산시설을 짓고 있었다. 새만금청의 직·간접적 지원이 기업들을 새만금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원래 2공장 부지는 다른 지역을 우선적으로 검토했지만, 행정 처리 등이 지연되면서 1년여 동안 진척이 어려웠다"며 "새만금은 부지 검토부터 각종 인허가 절차까지 3~4개월 안에 처리되면서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공장은 2026년까지 두 배가량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청은 전라북도와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물류비 감소, 산업연계 강화 등 직접효과를 높여갈 계획이다. 김 청장은 "새만금 2차전지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격인 최종 배터리팩 생산 대형업체들의 시설투자 유치를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라며 "밸류체인 직접효과와 기업 지원방안으로 기업 유인효과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서남북 잇는 대규모 물류교통망 구축…수변도시 조성 사업도 탄력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왼쪽)이 5월31일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 현장에서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사진제공=새만금개발청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왼쪽)이 5월31일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 현장에서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사진제공=새만금개발청
산업단지를 뒷받침할 공항, 항만, 철도 등 대규모 물류교통망도 구축하고 있다. 새만금 남북도로 건설공사 현장은 올해 7월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새만금에는 내부를 연결하는 주 간선도로가 십자형으로 조성된다. 앞서 2020년 개통한 동서도로에 이어 올해 7월에는 남북도로가 준공된다.

남북도로와 동서도로가 만나는 접점에는 새만금의 상징적 구조물 중 하나인 '비대칭 리버스 아치교'도 눈에 띄었다. 총연장 27.1km가 모두 개통하면 광활한 새만금의 어느 곳이든 20~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김 청장은 "동서남북 십자형 내부 도로 개통으로 새만금의 교통·물류 체계의 뼈대가 완비돼 내부 개발은 물론 기업유치에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반시설과 함께 도시조성 사업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항만 일대 조성되는 수변도시는 여의도 면적의 2배 이상인 6.6㎢(200만평) 규모로 개발된다. 계획인구 2만5000명(1만1000세대)에 달하는 자족도시다. 현재 전체 면적의 97%가량 매립이 진행된 상태로 2024년 매립 조성이 완료된다. 김 청장은 "늘어나는 기업입주와 기반시설 수요를 고려해 '스마트 수변도시' 사업추진 전략을 재정립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통합개발계획을 변경하고, 내년 말부터 계획필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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