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한석규의 낭만은 계속돼야 한다!

머니투데이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5.3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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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다른 감동의 향연! 시즌4 제작을 원해

사진제공=SBS사진제공=SBS


‘낭만’이 멋있는 말로 들리기 어려운 시대다. 허덕허덕하며 살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폼잡고 낭만을 논하고 있으면 괜히 부아가 치밀고 어깃장을 놓고 싶을 정도로 고단하고 팍팍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누군들 낭만을 찾고 싶지 않을까. 그러니 가재눈을 하고 바라보게 된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가 처음 세상에 나왔던 2016년 늦가을에도 그랬고, 시즌2(2020)를 거쳐 시즌3가 한창 방영 중인 지금도 매한가지다. 남들은 만류하는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하며 의술을 펼친 뒤 낭만을 읊어대는 김사부(한석규)를 고깝게 바라보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가 않다.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김사부에게 의구심을 보낸 사람은 세대를 불문하고 다양하다.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이 분명한 MZ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남부럽지 않게 이룰 만큼 이룬 꼰대들도 그렇다. 등장인물이 아니라 시청자들 역시 마음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사부가 추구하는 가치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나머지 그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그게 누구든 김사부가 그를 부정하는 듯해서다.



경험치가 높은 꼰대일수록 더 김사부에게 반감을 보이기 쉽다.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인정받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자신들이 이뤄낸 방식이 세상 사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원칙이 부당하거나 틀리지 않는 경우 더 그렇다. 극중 권역외상센터장으로 부임한 차진만(이경영) 교수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주 나빠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사부의 의대 동기이자 서울 거산대학병원의 교수로서 쟁쟁한 실력을 과시하던 차진만은 강원도 정선에 새로 오픈한 외상센터의 수장으로 와서는 김사부와는 전혀 다른 행보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김사부 못지않게 실력이 뛰어나고 소신도 뚜렷한 차진만은 의사로서 자신의 책임이 엄중하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즌1,2에서 실력은 없으면서 정치로만 거대병원장에 이어 거대재단 이사장까지 오르며 김사부와 대척점을 이룬 도윤완(최진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결구도를 보여준다. 차진만의 냉정한 면모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악의가 아니라 의사로서 원칙과 소신에 따른 행동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를 마냥 흘려듣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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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만 교수와의 대립각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MZ세대 장동화(이신영)가 김사부와 김사부의 오른팔이 된 서우진(안효섭)에게 반기를 든 인물이었다. 김사부의 훈계에 “꼰대질”이라고 대놓고 발끈했던 알쓰리(레지던트 3년차) 장동화는 애석하게도 차진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난 받기 쉬운 모습으로 그려졌다. ‘워라밸’이 중요한 장동화에게 정시 퇴근은 고사하고 추가 근무, 밤샘 근무를 밥 먹듯이 하는 돌담병원의 근무 시스템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서우진 등은 아무렇지 않아 하니 꾸역꾸역 참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불평불만만 가득해진 정동화는 틈만 나면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선배 의사들에 대한 반항심으로 응급콜도 무시하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오기도 했다. 한 생명이 위태로운 다급한 상황이고,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니 장동화가 결단코 잘했다고 할 수 없다. 드라마는 장동화의 철없는 행동을 통해 김사부와 서우진이 걷고 있는 힘든 그 길이 얼마나 숭고한지 더 부각하려 한 것일 테다. 그러나 장동화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퇴근 후 나만의 시간’에 슈팅게임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려고 했다면 과연 마음 놓고 비난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이유로 시즌3 초반 장동화의 에피소드는 워라밸 또는 정시 퇴근을 주장하는 MZ세대에 대한 꼰대들의 편협된 시선이 드러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적잖은 사람들의 눈에 쌍심지를 켜게 하는 불씨가 됐다.


그러나 이렇듯 김사부에게 항변하는 다양한 인물들에게 귀를 기울이다가도 결국에는 김사부가 설파하는 이야기에 고개를 떨구게 되고 만다. 김사부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더는 반박할 수 없게 하는 힘이 있어서다. 일차적으로는 한석규의 독보적인 목소리와 연기력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이차적으로는 강은경 작가가 쓴 의미심장한 대사가 가슴을 뜨겁게 하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조건 살린다”는 신념으로 의술을 펼치고, 시즌1 강동주(유연석)에 이어 시즌2 서우진과 차은재(이성경), 그리고 이번 시즌 장동화에 이르기까지 모난 돌이었던 제자들을 품어주고 이끌어주는 좋은 의사이자 훌륭한 스승의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장동화에게 호통을 치다가도 “난 니가 존중받은 의사가 되길 바라거든”이라며 다독이고, 실수를 해 환자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차은재에게 “너 아직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어”라며 끝까지 수술에 집중할 수 있게 격려하는 김사부가 있다는 사실에, 설사 그게 드라마 속 캐릭터뿐일지라도, 감사하게 된다. 최선을 다하되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노력과 헌신을 다한 순간 내려놔야지, 거기에 대가를 바라거나 지분을 주장”하면 안 된다는 김사부의 신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따르게 된다. 수많은 의료진이 김사부에게 감화돼 그와 함께 돌담병원에 모여있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레전드 연기로 김사부에게 숨을 불어넣은 한석규가 구심점이 되어 모인 ‘낭만닥터 김사부’가 7년에 걸쳐 3개의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하다. 서우진이 김사부를 따랐듯 한석규와 함께 두 개의 시즌을 함께 하며 성장한 안효섭 역시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든든한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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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송에서는 건물 붕괴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나오며 의료진의 긴박한 순간이 다뤄졌다. 심지어 서우진까지 사고 현장에서 2차 붕괴로 고립됐다가 손에 철근이 관통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서우진이 앞으로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로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인데, 드라마는 이번 에피소드로 서우진이 의사로서는 치명상을 입게 되더라도 환자를 끝까지 살리려 했던 그 마음을 더 조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제2의 김사부로 성장한 서우진을 세상에 공표한 것이다. 또 그런 서우진의 마음을 헤아리며 서우진이 구하려 했던 그 환자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차은재의 모습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이처럼 ‘무조건 살린다’는 당위적인 명제를 낭만적이라는 표현해야 할 만큼 각박한 현실에 사는 젊은 의사들이 김사부를 통해 ‘진짜 의사’로 거듭나고,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낭만닥터 김사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심어주고 있다. 배신과 복수가 판을 치고, 한없이 자극적인 소재들이 시선을 끄는 안방극장에서 더없이 모범적인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낭만적인 ‘낭만닥터 김사부’가 김사부와 돌담병원 의료진 같은 좋은 의사들을 기대하게 한다.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슈바이처 같은 의사들의 낭만을 꿈꾸게 만들고 있다.

또한 지난 방송 엔딩에서 휴대전화 울리며 강동주의 이름 석자가 화면에 등장했는데, 시즌2에서는 빠졌던 유연석까지 전격 가세하며 ‘낭만닥터 김사부’가 인술을 펼치는 명의 퍼레이드로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더욱 견고히 해주리라 벅찬 꿈을 꾸게 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시즌 외상센터를 새로 선보였으니 외상센터에서 제2,3의 김사부들이 더욱 활약하는 다음 시즌도 나오겠지 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당장 김사부도 다발성 경화증으로 손목이 아파 후임을 물색하며 다음을 예비하려는 모습이니, 다음을 기약하지 않을 수 없다. 차진만 교수가 플랜B라고 했으니, 김사부가 점찍은 플랜A는 과연 누군지 다음회가 너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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